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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거창하지 않다

편집부   
입력 : 2008-11-12  | 수정 : 200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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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선재가 되어 화엄경의 ‘입법계품’에 등장하는 53분의 선지식을 만나러 다녔다. 선지식이란 스승 또는 도반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명가치를 올곧게 실현하는 사람들이며, 그 실현을 통해 주변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인물을 바탕으로 해서 현대 사회에 맞는 선지식들을 찾아다녔다. 각기 다른 종교의 성직자를 비롯하여 택시기사, 기업인, 농장주인, 교사, 도지사, 요리연구가, 시인, 교정봉사자, 시민단체 대표, 커피숍 주인, 의사, 공무원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들을 만났다. 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그 자체가 수행이요, 자신이 지금 몸담고 있는 그 자리가 바로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곳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내가 만난 선지식들은 직업도 다르고, 살아 온 환경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달랐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일에 긍정적이라는 것과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보통 사람들보다 많이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항상 얼굴에서 미소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53선지식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시작하여 제주도까지 다리품을 팔고 다녔지만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들의 맑은 에너지가 나에게로 전이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의 환한 표정을 앞에 두고 ‘항상 좋은 일만 누렸을 것 같다’는 말을 건네곤 했다. 그들은 “어떻게 인생에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있느냐”면서 “행복이 곧 불행이고 불행이 곧 행복이라 여겨요. 항상 역경계와 순경계가 번갈아서 오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역경계가 오면 이렇게 바닥을 쳤는데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라고 하면서 행복이 올 것이라 믿고 산다”는 말씀을 들려주었다. 그들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통해서 삶의 무수한 진실을 알아채는 눈 밝은 사람들이었다.

53선지식들을 통해서 행복은 결코 거창하지 않으며, 행복은 매순간 순간 누리는 자의 것임을 알았다.

문윤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