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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리스트의 눈물

편집부   
입력 : 2008-08-28  | 수정 : 2008-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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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을 지켜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의 하나는 남자 60kg급 유도 결승전이었다. 세계 랭킹 1위인 오스트리아의 루트비히 파이셔 선수는 최민호에게 패한 후 잠시 어리둥절한 기색을 보였다. 방심한 사이, 순식간에 한판으로 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민호 선수가 매트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자 오히려 승자를 품에 안고 위로해주었다. 경기가 끝난 후 그는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울고 있는 금메달리스트를 안아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5년 미국 코넬대학의 사회심리학자 빅토리아 메드멕(Victoria Medcec)과 앨런 파두치(Allen Parducci)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의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들의 표정을 분석했다. 게임이 종료된 후와 시상식 후로 구분하여 수상자들의 표정을 분석한 결과,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들이 더 행복한 표정을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메달 수상자는 메달을 땄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꼈으나, 은메달 수상자들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덜 행복했던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은메달을 따고도 눈물을 흘리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를 하고도 남는다. 4년간의 고통과 기다림, 그리고 가족들과 국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으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은메달리스트는 자신의 실수를 원망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충분히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들이 눈물을 거두고 자신을 이긴 챔피언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치열한 경쟁은 한 사람의 영웅을 탄생시키지만, 동시에 수없이 많은 패자를 만들어낸다. 이제 올림픽은 참가하는 것으로 의미를 찾던 시대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오직 1등만이 모든 영광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런 시대에 2등은 조명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눈물을 흘릴 필요는 없다. 진짜 지는 사람은 자신이 이룬 값진 성과를 누군가와 비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용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