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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

편집부   
입력 : 2008-04-29  | 수정 : 200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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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일기예보가 자주 틀린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덕분에 전 국민은 우리나라 기상청이 보유하고 있다는 무려 500억 원짜리 슈퍼컴퓨터의 존재도 잘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난 1월 11일의 경우 기상청은 아침부터 폭설이 내릴 것을 예측하지 못하여 서울의 여러 대학에서 치른 입학논술고사에 지각생이 속출하는 난리를 겪었다.
우리나라의 기상예보 적중률은 85%로 미국이나 일본의 87%에 비하여 그다지 손색이 없다는 것이 기상청의 입장이라고 한다.(2008. 4. 7 스포츠조선)

2%의 차이!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바로 그 2%를 극복해 달라는 것이다. 초등학교만 다녀본 사람이라도 다 안다. 80점까지는 비교적 쉽게 도달하지만 그때부터는 1점을 더 받기가 무척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그런 의미에서 기상청이 말하는 2%의 차이는 모든 예보관들이 자기 맡은 일에 완전히 몰입해야만 비로소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나게 큰 숫자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 글의 제목은 ‘일기예보’이지만 나도 입 달린 사람이라고 기상청을 비난하기 위하여 이 지면을 얻은 것이 아니다. 일기예보에 대해서 문외한인 나로서는 우리나라 기상청의 실력이 대단한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실력이 바로 ‘우리’나 ‘우리나라’의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유독 기상청만 휴일도 없이 매일 시험(일기예보)을 치러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

평소에 업적을 많이 쌓아 놓았어도 큰 실수를 하면 실력이 형편없어 보인다. 국보 1호 남대문을 태워버린 일은 소방청의 불끄는 실력이 드러난 것 같고, 혜진․예슬양 사건은 아무래도 경찰의 범인 잡는 솜씨를 믿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4월 초순부터 닭, 오리 사육농가를 힘들게 하고 있는 AI(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도 농수산식품부의 방역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중간고사를 치르면서 낮은 점수가 나온 것 뿐이다.

우리들 중에서 매일 시험을 보고 점수를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모두 출근(또는 등교)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나도, 우리도, 우리 회사도, 우리 기관도 기상청처럼 매일 시험을 보게되면 과연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

박홍국(위덕대 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