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마음의 연등

편집부   
입력 : 2007-05-17  | 수정 : 2007-05-17
+ -

 

신록의 계절인 5월답게 온 산야가 푸르다. 화사한 꽃들이 다투어 피듯 여러 행사가 차례차례 이어지고 그 만큼 마음도 바쁘다. 우리 주변, 특히 우리 대학에도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여 벌써부터 연등이 건물과 통로에 예쁘게 드리워져 낮에는 낮대로 곱고, 밤에는 밤대로 멋진 야경을 만들어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온 세상에 알리는 듯하다.

연꽃(lotus)은 수련과의 여러해살이 수초로 만다라화, 부용(芙蓉)이라고도 하며, 진흙 속의 척박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청결한 모습이다. 7∼8월에 붉은 색, 흰색 꽃을 피우고, 꽃말은 순결, 청순한 마음이다. 진흙탕에 있지만 주변에 물들지 않고 더럽혀지지 않는 처렴상정(處染常淨)과 꽃봉오리가 합장한 모습과 비슷하여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자리를 잡았다.

불교에서는 청정함의 상징뿐만 아니라 모두가 바라는 극락세계도 연꽃에 비유하였다. 천상세계를 연꽃으로 장식하는 것은 삼국시대의 불교서적과 탑, 비석 등에 연꽃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 우리 조상들도 오래 전부터 상서로운 꽃으로 숭앙하였다.

연꽃은 주변의 환경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과 더불어 연꽃잎에는 한 방울의 더러움도 머무르지 않고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것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주변의 온갖 잘못에 물들지 않는 사람, 마음속에 한 점 원망도 남기지 않는 사람이 연꽃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계향충만(戒香充滿)이라 하여 연꽃이 피면 물 속의 역한 냄새는 사라지고 그윽한 향기가 퍼지는 것처럼 연꽃의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훈훈한 향에 젖게 하는 사람 또한 연꽃을 닮은 사람이다.

이맘때가 되면 곳곳에서 연꽃축제가 열린다. 서동요의 주인공인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사랑이 깃든 부여 궁남지에도 연꽃이 활짝 피었다. 사람들은 연꽃을 보면서, 다른 꽃을 감상하듯 그저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상의 무엇이 전달되는 것인지 모두 조용히 한참을 감상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본다. 연꽃은 말이 없지만 사람들은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을 보며 청정한 마음을 가지려 하고, 합장하는 형상에서 겸손함을 배우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연잎에서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는지도 모른다. 발길이 그 쪽으로 닿는 것도 연꽃을 보기 전에 벌써 그런 마음이 있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연꽃을 보기만 해도 어지럽고 탁한 마음이 누그러지고, 마음 속으로 연꽃을 생각만 해도 맑은 마음과 겸손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연꽃이 우리에게 전하는 이러한 메시지를 한 번 더 생각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우리 마음속에, 모두 연꽃을 한 송이씩 피워서 가질 일이다. 부처님의 자비로움과 지혜가 늘 함께 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연꽃을 간직하면 조금은 부처님을 닮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경필 위덕대 외식산업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