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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한경필   
입력 : 2007-03-29  | 수정 : 200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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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짜기 음식은 이제 그만'이란 말을 한다.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표현한 말이지만 이 말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이 요즘의 식생활이다. 생활이 점차 풍족해지면서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많은 정보도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된다. 그 중 사람들의 관심을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끄는 것이 음식박람회이다.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별미음식, 건강식, 전통음식 등이 전시되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색 곱고 예쁜 음식이 많이 전시된 가운데 소박하게 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사찰음식이다. 우리 몸은 비록 달짜기 음식에 익숙할지 모르지만 그 자연스럽고 검소한 모습과 맛에 마음을 뺏긴다. 천연양념으로 재료가 가진 본래의 맛을 살린 음식, 약초와 다름없는 수십 가지 향긋한 산나물, 마늘과 파 등의 오신채(五辛菜)를 뺀 산들바람처럼 자극 없는 음식이 바로 사찰음식이다. 본래 기름기 없고 달지 않는 것이 사찰음식이지만 요즘 들어 더욱 좋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이런 맵고 짜지 않은 담백함이다. 소금의 과다섭취가 문제인 우리 식생활에는 더욱 선경지명이 있는 식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채소와 나물에는 암과 만성 퇴행성 질환들을 예방하는 식물화학물질(phytochemical)이 풍부한 것을 생각하고 영양과잉으로 인한 비만, 또 생활습관병이라고 하는 여러 성인병에 대한 예방을 생각하면 짜지 않으면서도 저 칼로리 음식인 사찰음식이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자연의 냄새와 맛과 기운이 담긴 음식은 우리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맑은 성정을 갖도록 한다. 없는 듯, 있는 듯 은은한 사찰음식 냄새만 맡아도 그런 기분이 된다. 여러 연구에서 사찰음식의 기능이나 효과가 증명되고 있고, 그런 체 험담도 듣는다. 시도 때도 없는 무분별한 식사, 패스트푸드의 홍수, 인공조미료에 절은 음식, 과도한 소금섭취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늘 사찰음식이 좀더 알려지고 일상에서 더 많이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난다. 자연건강식품이란 이름으로 거창하게 포장한 낯선 가공식품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 전통, 우리 음식인 사찰음식에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재료나 메뉴를 개발하여 특별한 사람만이 먹는 음식이 아닌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발전하면 좋겠다. 그 음식에 담긴 정갈함과 맵고 짜지 않은 담백함을 배워 우리 생활도 차분하면서도 건강한 맑은 기운이 성성하게 되었으면 한다. 자꾸 먹다보면 몸도 마음도 그리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먹는 것에 따라 우리 성품도 바뀐다고 하니 더 그렇다. (위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