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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12-12  | 수정 : 200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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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와 스티그마 /양훈도(경인일보 논설위원) '불에 달구어진 쇠도장, 또는 그것으로 찍은 표시(표지)'를 '낙인(烙印)'이라 한다. '낙인'에 해당하는 영어단어는 두 가지가 있다. '브랜드(brand)'와 '스티그마(stigma)'다. '브랜드'는 우리가 '유명 브랜드'의 줄임말로 쓰는 그 '브랜드'이고, '스티그마'는 '스티그마 효과'의 그 '스티그마'다. 아마도 가축 볼기짝에 소유표시 혹은 등급표시로 불도장을 찍은데서 유래했을 두 단어가 정반대 의미를 갖는다는 게 흥미롭다. 브랜드는 무조건 선호, 스티그마는 극력 기피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스티그마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는 '전과자'다. 범죄 전력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족쇄가 된다. 그/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건 과거의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결국 '전과자'라는 스티그마가 찍힌 그/그녀는 갱생의 길을 찾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스티그마 효과'는 교육심리학적으로도 중요하다. '넌 안돼!'라고 낙인찍힌 아이는 향상이 더디다 못해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난 안돼!'라는 의식이 머리와 가슴에 깊숙이 들어박히기 때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와는 정반대다. 그리스 신화 속 인물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상아조각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진짜 여인의 몸으로 바꿀 수 있었다. 성탄 카드와 연하장을 쓰는 계절이 왔다. 올 한해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옷깃 한번 스치는 짧은 찰라에 나는 얼마나 많은 '브랜드'와 '스티그마'를 찍어댔던가. 나의 편견과 사회의 편견에 기대어 무심코 '마음의 불도장'을 잘못 각인시킨 경우는 또 얼마나 많았을까. 일일이 속죄할 겨를이야 있겠는가마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최대한 짚어볼 일이다. 그건 나 스스로의 '스티그마'를 '브랜드'로 바꾸어 가는 과정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