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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티베트의 영혼 카일라스

신민경 기자   
입력 : 2001-04-09  | 수정 : 200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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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불교도들에게 모든 기원을 이룰 수 있는 우주의 중심이라 일컬어지는 산, 카일라스. 금강석을 닮은 카일라스의 봉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까닭에 이곳을 순례하는 것은 힘들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5500미터 이상의 고도에 있는 이 성스러운 봉우리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써 한 생의 죄업을 씻어낼 수 있는 의미를 지닌 산이다. 이 책은 '티베트 사자의 서' 역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 미국 티베트 불교학의 대가 로버트 서먼의 티베트 불교 강의록이자 고뇌하는 방랑자 태드 와이즈의 박진감 넘치는 한편의 소설 같은 순례 여행기다. 서양인으로서는 최초로 티베트 불교에 출가하여 10여 년 간 수행을 쌓기도 했던 로버트 서먼은 카일라스를 순례 여행하는 동안 동료 순례자이자 불교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에게 '보리도등론'과 '마음을 다스리는 금강저'를 강의한다. 순례자들의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하는 로버트 서먼은 인도에서 달라이라마를 비롯한 여러 고승들과 함께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혜와 통찰을 획득한 경험을 동료 순례자들에게 들려주면서 명상법, 관법수행, 자비, 무아를 포함한 티베트 불교에 관해 풍부한 이해를 제공한다. 한편 태드 와이즈는 이 신비스러운 눈의 나라의 숨막히는 풍광과 하늘을 찌르는 봉우리들에 관해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출발하여 카일라스를 돌아 다시 네팔로 돌아오는 28일간의 순례길은 티베트의 대자연과 불교 문화, 순수하기 그지없는 사람들 속으로의 여행이었을 뿐만 아니라 티베트 정신의 내면의 핵을 이루는 지고의 법을 향한 "붙잡을 것 하나 없는, 심연 속으로 뛰어드는 여정"이었던 것이 다. 이 책의 화자이자 지은이인 태드 와이즈는 28일간의 순례 여정을 꼼꼼히 기록하여 스승의 설법을 녹취하여 정리한 것과 티베트의 입국에서부터 낯선 환경과 기후를 감수해가면서 험난한 산을 오르는 과정을 그린 자신의 여행기를 날짜 순으로 교차 편집하였다. 로버트 서먼과 태드 와이즈가 다른 9명의 순례자들과 함께 카일라스 산을 향해 떠나기 전부터 산에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 전 3부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이러한 편집으로 인해 불교학자의 강의를 지루하지 않게 할뿐만 아니라 소설가의 여행담에도 의미와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또 이 책은 강의록이자 여행기라는 국내에선 유일무이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과 내면의 세계를 세심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풍물에 대한 객관적 묘사에 그치고 마는 다른 여행기와는 다른 차별성을 갖고 할 수 있다. 로버트 서먼·태드 와이즈 지음/이룸/14,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