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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살림이 그립다

양문규(시인)   
입력 : 2006-06-27  | 수정 : 200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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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자체에서는 생명·생태와 관련된 축제를 경쟁이라도 하듯이 앞 다투어 열고 있다. 전북 무주에서 치러지는 반딧불이 축제도 이에 속할 것이다. 혹 반딧불이를 보존한다는 명분으로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장터처럼 마시고 즐김으로써 오히려 반딧불이를 죽이는, 그런 축제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반딧불이는 생태적으로 밝은 불빛과 소리를 싫어한다. 이외에도 지역 특성을 고려한 생태 관련 축제가 전국에서 강, 바다, 산, 꽃을 주제로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생명·생태 관련 축제는 도시산업화의 과정에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 환경이 파괴 된데서 비롯된 대안의 문화축제이다. 자본의 문화는 자본의 논리,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남이야 어찌 됐든 자기 자신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뿐만 아니라 농경문화에 기초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모조리 박물관으로 몰아넣고 있다. 생명·생태와 관련된 축제가 자본의 논리를 내세워 돈벌이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문화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살림의 문화'였다. 물론 경제발전이 가져다주는 편리와 문명의 혜택을 모조리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재래의 공동체문화가 해체된 자리에 경제논리에 우선한 문화산업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면, 살림과 공생의 문화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특권층을 위한 문화 일변도로 흐를 수 있다. 이는 실로 우려할 만한 일이다. 그것은 문화의 타락이고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를 역행하는 처사이다. 생명·생태 관련 축제도 그런 차원에서 벌어진다면 이는 아니 연 것보다 못할 것이다. 우리는 자연-생태계의 문화적 유산을 소중하게 가꾸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한다. 자연환경을 개선하고 생명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생태공원을 만들고 그와 관련된 축제를 벌이는 것도 좋지만, 옛 선조들이 그랬듯이, 자연-생태공간을 그대로 살려 상생하는 삶을 이루는 함께 하는 자연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문화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삶을 간직한 문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