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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김향지(위덕대 교수)   
입력 : 2006-05-26  | 수정 : 200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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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장애인의 날을 맞을 때, 말아톤이라는 영화와 장애가족의 힘든 사연이 전해지는 뉴스에서 네 손가락 희야의 도전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생활을 그나마 접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 그들이 겪고 있을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감히 말하겠는가. 비장애아들과는 확연히 다른 발달과정, 변화의 정도와 도달의 가능성에 대한 불안, 우리 아이를 지도할 수 있는 교사가 없고 교육과정이나 시설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집 옆의 학교를 두고 먼 곳의 (특수)학교로 가야하고, 자폐아는 폐가 막힌 것으로 알고 있는 이웃을 만나고, 장애관련 시설이 들어서면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장애가족의 일상은 어쩌면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걸어가야 하는 낙타의 일생과 같을지도 모른다.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수많은 경우들을 견디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와 국가가 그들이 느끼는 짐의 무게가 더 이상 힘겨운 짐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그래서 깃털처럼 가벼워 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고층건물의 엘리베이터나 경사로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이동이나 유모차를 움직일 때, 무거운 물건을 운반 할 때 비장애인들이 훨씬 더 자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음에도 드물게 이용하는 소수의 장애인만을 위해 특별한 경비를 들이는 낭비로 여긴다. 장애인들에게 편리한 것은 비장애인들에게도 역시 유용할 수 있다는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보편적 설계)을 염두에 둔다면, 특별히 장애인만을 위한 것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관심과 사랑만이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수용하고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면 그들은 그런 바탕 위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키워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각자는 모자이크로 형성된 거대한 인류의 살아 있는 조각들이다. 제비꽃, 장미꽃, 개나리가 어우러져야 그 조화로움 안에서 꽃의 아름다움을 더욱 만끽 할 수 있다. 모두가 선장이 될 수는 없다. 선원도 있어야 배가 움직이듯이 누구나 다 쓸모 있고 고귀한 존재이다. 해야 하는 큰일도 있지만 작은 일도 있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도와야 한다. 그래서 차별의 인식에 의한 불이익이 아니라 서로의 다양성에 대한 다름을 인정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