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명랑해지기 위한 연습

김향지(위덕대 교수)   
입력 : 2006-04-13  | 수정 : 2006-04-13
+ -
봄으로 가득한 교정을 지나던 한 학생이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라고 우렁찬 인사를 건넨다. 잠시 내 얼굴을 마주하더니 묻는다. '교수님 많이 피곤하십니까?' 아닌데, 여유롭게 잘 쉬었는데, 순간 내 표정이 너무 어둡게 비쳐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무슨 일이든 너무 심각하게 대함으로써 삶의 여유를 잃어버린 것 같다. 사람들은 인생의 어떤 부분이 자신의 기대와 다를 수도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삶의 모든 부분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길 원하지만 세상이 결코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여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살아가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면 싸우고 괴롭히고 화를 내고 고통을 받는다. 삶에 대해 좀 더 태연해지고 그러기 위해 지금의 긴장상태가 주로 자기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셀 수 없는 많은 기대를 떨쳐버리고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좀더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아무런 문제없이 하루가 지나가길 기대하기보다는 '도전해 볼만한 일거리가 생겼다'라는 식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면 맞서 싸우는 대신 그것과 함께 가야할 것임을 알게 된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초조해하고 타인을 비난하고 불운한 상황을 실제보다 더 비판적인 눈길로 바라본다면 우리의 삶도 이러한 습관의 반영물이 되고 만다. 실패와 좌절하는 연습을 하기 때문에 결국 좌절하고 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연습을 통해 자신에게 숨겨진 인내력, 친절, 온화함의 더 없이 긍정적인 자질을 끌어 낼 수 있도록 연습하고 매일 매일의 습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맹자는 '인(仁)'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첫째는 타고난 성품이 '인(仁)'인 경우이고, 둘째는 몸으로 익혀 인자가 되기도 하고, 셋째는 타고난 것도 몸으로 익힌 것도 아니나 인자인척 위선을 떠는 경우이다. 여기에 맹자는 이런 주해를 했다. '구가이불귀, 악지기비유야(久假而不歸, 惡之其非有也)', 즉 오래도록 인자인척 하면 그가 인자가 아니라고 그 누가 말하겠는가라고. 성품도 오랫동안 가장하고 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시간을 내서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점을 명심한다면, 분명 이전과는 다른 일들을 시작할 것이다. 심각한 내 얼굴이 밝아지면 인생 또한 즐거워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