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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적선(積善)

정수자(시조시인)   
입력 : 2006-02-14  | 수정 : 200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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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기쁘고 아프고 슬픈 것. 세상은 그런 연(緣)의 얽힘으로 이루어진다. 둘러보면 어떤 작은 일도 우리 주변의 존재들과 얽히지 않는 게 없다. 우리가 숨쉬는 것 하나만 봐도 나무들과의 연이 헤아려진다. 나무의 호흡일 뿐인 광합성이 얼마나 큰 덕을 낳는지 새삼 귀하게 와 닿는 것이다. 무릇 존재는 이렇게 주변의 자연이나 사람에 기댄 채 살고 있다. 우리 모두가 거대한 생명의 그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삶은 그렇게 일상의 크고 작은 연에서 우주의 운행에 이르기까지 서로 무관할 수가 없다. 삶의 다양한 고리들이 서로를 받쳐주는 다양한 힘이 되는 것이다. 그 관계가 어찌 서로에게 비춰지지 않겠는가. 여기에 생각이 미치면 자신부터 가다듬게 된다. 더불어 행복한 길에 대한 궁리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로 인해 주변에 누가 되지 않게 하는 것. 그러자면 언행 하나에도 마음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날마다 먹고사는 것들에도 다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하여 밥 한 술, 국 한 모금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자세를 되새기게 된다. 그런 점에서도 사찰의 청빈한 삶은 이 시대에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 모두가 그 삶을 따라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빈 그릇 운동' 같은 것은 조금만 노력하면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을 확산시키면 누구에게나 큰 빛으로 남을 수 있다. 돌아보면 이런 작은 실천들이 은연중에 덕을 쌓는 것일 터이다. 우주 만물을 더불어 염려하는 마음의 발현일 터이다. 그게 곧 아름다운 적선, 한 사람의 생을 잘 쌓고 잘 버리고 가는 길이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모두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다. 이렇듯 많은 일이 마음에서 다 나온다. 그런 만큼 마음이 늘 중요하다. 마음먹기도 어렵지만 그 마음을 지키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그래서 말을 더 앞세우게 되니, 가끔은 마음을 다시 꺼내 살피고 가다듬어야겠다. 마음을 다하는 것, 그게 서로에게 조금씩 선을 쌓아 가는 것이다. 더불어 즐거운 적선의 삶을 열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