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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예수와 붓다 '염화미소로 통한다?'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2-01  | 수정 : 200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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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선을 말하다·케네스 렁·지식의 숲·22,000원) 중국 정신의 산물인 선(禪)은 종교 또는 철학이기보다 하나의 정신문화로 통하고 있다. 저자 케네스 렁은 '예수, 선을 말하다'를 통해 선은 명상이라는 의미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다며 "실재에 대한 감수성과 삶에 대한 예술적 접근을 반영하는 문화"로 정의한다. 즉, 선 문화가 출현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급속도로 익숙해져 생활 속의 도덕, 진리, 예술 등과 연관해있다는 것을 뜻한다. 선은 종교적 산물이 아닌 '진짜 삶' 속에서 내적으로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는 작업인 것이다. 기독교와 불교, 도교에 관해 상당한 식견을 지닌 저자는 선 수행과 여러 기독교 종파와의 대화를 통해 기독교와 선불교의 소통을 시도한다. 선의 특징을 현전성, 평범함, 열정, 통찰력, 무위, 부드러움, 자유, 단순함, 역설, 우뇌적인 태도 등 10가지로 규정하고 이를 예술의 삶과 가르침, 죽음과 부활, 천국, 사랑, 믿음 등의 개념으로 풀어낸다. 그렇다고 억지스럽게 두 종교의 예속과 종속 혹은 종교 통합주의를 주창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두 종교의 가르침을 통해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고 하나의 맥을 짚어 폭넓은 이해를 요하고 있다. 예컨대 선의 가르침 중 하나인 염화미소(拈華微笑)는 예수의 가르침 중 가장 아름답고 시적인 자연수훈(Nature Sermon)과 들어맞는다. 붓다가 꽃을 보여주자 가섭존자가 그 뜻을 알아차려 미소를 지었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염화미소와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아라"고 말했다는 마태복음의 구절 자연수훈. 여기서 두 스승은 모두 청중들에게 그저 바라보고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청하고 침묵의 힘을 예로 들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자연물을 통해 영적인 교훈을 주어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감수성을 자극한다. "예수는 위대한 선사"라고 말한 저자는 타종교를 배타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기독교와 불교의 가르침을 잇는다. 예수의 죽음은 내면의 자유와 축복으로 받아들여 정신적인 해탈에 이르는 것이라며 "예수가 가르친 선의 지혜"라고 정리한다. 불교 가르침을 적극 수용하고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무비판적인 기독교관과 개념을 재고하는 태도에서 더 이상 두 종교간의 갈등은 야기되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단지 언어에만 차이가 있을 뿐, 선과 기독교는 같은 진리를 이야기한다. 책은 다소 어렵지만 불자들이 성경을 자유롭게 읽고 기독교 신자들이 불경을 자연스레 읽는 봄날이 비로소 보일 듯 하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