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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 떠나자, 해동의 나그네 되어…"

김수정 기자   
입력 : 2005-09-06  | 수정 : 200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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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따라 5만리/김규현/여시아문/18,000원 신라 승려 혜초는 무엇을 찾아 5만리를 헤매었던가. 어떻게 중국 밀교의 제 3대를 잇는 우뚝한 사문이 될 수 있었을까? 혜초 스님은 열아홉의 나이에 중국에서 인도까지의 순례길에 올랐고, 오천축과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다닌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 백년 전 이 서적이 발견됐으나 외국 학계가 연구를 주도해 국내 연구는 문헌적 고증이나 해석에만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안타까움을 이제 해소할 수 있게 됐다. 1300년이 지난 지금, 티베트문화연구소장이자 화가인 김규현씨가 신왕오천축국전 '혜초따라 5만리'를 저술해 학계의 이목을 받게 된 것이다. 왕오천축국전 그대로를 따른 저자의 여정은 20회에 거쳐 10년 간 계속됐고, 현장답사와 문헌을 통해 기존 연구에 반박하며 미흡한 점을 보완하는 등 실질적인 결과를 낳았다. 혜초가 설산을 넘고 대사막을 건너 절체절명의 위기를 수없이 겪었다면, 저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총탄 세례를 받고 중국에서 강도를 만나기도 하는 등의 고비를 넘겼다. 혜초의 행로만 따른 게 아니라 어려움까지 고스란히 느껴 '흙 묻은 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풍부한 해설과 직접 찍은 사진, 곳곳마다 '가이드 포인트'까지 넣어 학술서적인 동시에 여행 안내서로의 가치도 지닌다. "숙소는 버스기사가 묵는, 옛 실크로드의 대상들의 숙소인 차이하나에서 묵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꼭 군대 내무반처럼 생긴 곳에서 수십 명이 나란히 먹고 자는데, 푹신한 양탄자와 따뜻한 난로가 있어 잘 만하다. 바미안은 2,500m의 고원이어서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길가의 노점에 말린 과일, 특히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별미이니 한 주머니 넣고 다니며 비타민 C를 보충하시기를…." "로드 다큐멘터리의 회향이 이뤄졌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사실과 주관적 해석을 체계적으로 담아냈다. 상, 하 양 권으로 꾸며진 이 책은 제 1부 프롤로그, 제 2부 인도편, 제 3편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유라시아편, 제 4부 서역·중국편으로 구성돼 있다. 중간마다 혜초의 기록을 상세히 남기고 당시의 지도 등을 제작해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학술서적으로 본다면 새로운 논점에 빠져들 것이고, 여행기로 본다면 빠른 걸음으로 오천축국을 거니는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지의 세계에 두려움이 없던 혜초의 도전정신과 종교의 선을 넘어 모든 것을 인정한 너그러움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책장을 넘겨 1,300년 전 '해동의 문'을 열고 넓은 세상으로 떠난 선구자의 길을 더듬어본다. 자! 떠나자, 해동의 나그네 되어….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