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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권하는 사회

정수자(시조시인)   
입력 : 2005-07-26  | 수정 : 200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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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이 범람하고 있다. 화제작 '내 이름은 김삼순'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욕이 자주 튀어나왔다. 물론 욕이 극중 상황이나 인물의 성격을 살리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수 있다. 그리고 영화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애교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욕이 난무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욕사전이 나올 만큼 욕이 발달한(?) 나라이고, 욕이 지닌 어휘적 가치를 인정한다 해도, 이것이 또 다른 폭력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병사의 총기난사 비극은 언어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욕의 카타르시스 기능을 즐기기 전에, 그 욕을 들어야 하는 입장도 고려하는 게 옳지 않은가. 그런데 욕이 일상화된 것 같아 더 큰 문제다. 버스 안에서 곱상한 여학생들의 대화에 욕이 매번 끼어드는 것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하긴 말이 곧 인격임을 아는 어른들(특히 남자) 입에서도 욕이 붙어 다니기도 한다. 영화뿐 아니라 시에까지 비속어가 잦아진 것은 이런 일상의 반영일 것이다. 이렇듯 도처에서 우리 면전에 비속어의 흙탕물을 끼얹거나 귀를 후려치는 욕을 접하고 보면, 너나없이 모두가 한통속으로 비천해지는 느낌이다. 그만큼 사회 전반에 불만이 팽배한 탓이겠지만, 욕으로 그것을 해소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욕 권하는 사회'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격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날마다 입으로 업을 짓고 산다. 남을 속이거나(妄語), 험한 말을 하고(惡口), 사람들을 이간질시키기도 하고(兩舌), 뒤에서는 험담을 늘어놓으면서 당사자 앞에서는 칭찬을 늘어놓기도(綺語) 한다. 이런 구업(口業)은 사람의 변덕스러운 마음과 같아서 반성을 해도 반복하기 일쑤다. 게다가 말이란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정말 조심스럽고 두려운 존재이다. 그런데 욕이 넘치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욕의 남발은 우리말에 대한 결례이자 모독이다. 욕은 욕을 낳으므로 문화 전반의 천박함을 부추기게 된다. 이제 저속한 배설 대신 말의 격을 찾는 자정의 노력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말의 품위 있는 아름다움은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