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열여섯 번째 인물

밀교신문   
입력 :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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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마지막 공양을 올린 춘다

대장장이 아들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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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아잔타 석굴에 모셔진 부처님 열반상(사진:김용섭)

 

부처님 생애에서 가장 뜻깊은 공양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고행을 그만두고 보리수 아래에 자리 잡은 보살이셨을 때 수자타가 올린 공양입니다. 수자타의 음식은 한 인간이 인간을 넘어선, 가장 완벽한 존재로 거듭 태어나는 데에 다시 없이 귀중한 양식이 되었습니다.

 

둘째는 부처님이 윤회의 삶을 완전히 마치고 지상에서 그 존재를 완벽하게 거두는 반열반을 앞두었을 때 마지막으로 드셨던 대장장이 아들 춘다가 올린 공양입니다. 인간의 음식으로는 가장 마지막이었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80세 노인인 석가모니 부처님이 중년을 훌쩍 넘긴 아난다 존자를 시자로 거느리고 당신의 마지막 반열반 자리를 향해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러다 들른 어느 망고나무 숲, 그 숲의 소유주는 춘다(Cunda)였습니다. 춘다는 오래전에 부처님을 뵙고 믿음을 일으킨 뒤에 이 숲에 승원을 지어서 부처님과 승가에 바쳤습니다. 바로 그곳에 부처님이 제자들과 함께 와서 머물고 계십니다.

 

춘다는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공양을 올리겠노라 약속을 합니다. 춘다의 눈에 비친 부처님 모습은 어땠을까요? 고요하고 다정하며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여전히 단단한 힘이 느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은 이미 80노인이셨지요. 21세기의 80세와 달리 지금으로부터 2600여 년 전의 80세 노인을 상상해 봅니다. 얼굴과 온몸에는 주름투성이였을지도 모릅니다. 경전에서는 그 몸이 여전히 황금빛으로 빛났다고 하지만 늘 길을 걸으셨으니 기미와 검버섯이 피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치아도 성치 않으셨을지 모릅니다.

 

자신이 바친 승원에 잠시 머문, 다 늙은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뵙고 춘다의 마음속에는 뭔가 보양식이라도 해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상상합니다. 그렇다고 살아 있는 동물을 잡으면 절대로 안 됩니다. 부처님은 당신을 위해 잡은 동물의 고기는 드시지 않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공양청을 침묵으로 허락한 부처님을 뵙고 돌아서는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음식을 마련해드려야 저 노쇠한 부처님에게 조금이라도 기력을 되찾게 할 수 있을지 궁리하느라 바빴겠지요. 그래서 준비한 음식이 쑤까라 맛다와(sūkara maddhva)입니다.

 

이 음식의 정체에 대해서 예로부터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부드러운 야생 멧돼지 고기라는 설, 야생버섯이라는 설, 부드럽고 영양가 높은 죽과도 같은 음식이라는 설 등등입니다. 의견이 분분해도 연로한 스승께서 드시기에 아주 적합한 것이었을 게 틀림없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훌륭한 음식에다 하늘의 신들이 더 영양을 첨가해 넣었다고도 합니다.

 

춘다는 부처님께서 자신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감격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쉬지 않고 길을 걸어가실 분, 그 정도 연세라면 이제는 어느 부유한 신자의 집에서 연로하고 쇠약해진 몸을 쉬셔도 좋으련만 왕자의 신분을 내려놓고 성을 나온 29살부터 80세에 이르도록 늘 길 위의 성자로서 평생을 지내시는 분. 바로 그 분이 자신이 올린 영양가 높고 부드럽고 따뜻한 음식을 드시는 것입니다.

 

어쩌면 춘다는 부처님께서 배불리 드시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음식도 넉넉하게 준비했기에 부처님께서 원하시기만 하면 한 국자 더 드리려고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당신의 발우에 처음 담은 그 양만 드신 뒤 춘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춘다여, 부드러운 그 음식이 남아 있다면 깊은 구덩이에 묻도록 하시오. 이 음식을 소화할 자는 천신과 인간 중에 아무도 없소.”

 

춘다는 그 말을 따랐고, 부처님은 공양을 마친 뒤에 춘다에게 가르침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섰지요.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춘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넘쳐 흘렀을 것입니다. 설마 자신의 그 공양이 부처님이 지상에서 드시는 최후의 음식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과연, 그랬습니다. 춘다의 집을 나서고 오래지 않아 부처님은 심하게 탈이 났습니다. 경전에서는 적리(赤痢, lohita-pakkhandikā)’라고 하는데, 점액성 대변, 또는 피가 섞여 나오는 대변, 발열과 복통이 따르는 심한 이질을 뜻합니다. 부처님은 당신의 몸에 탈이 났음을 알아차리고 즉시 시자인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십니다.

 

아난다여, 이제 우리는 쿠시나가라로 가야겠다.”

 

지상에서 마지막을 보낼 곳, 그곳으로 가자는 말씀입니다.

 

얼핏 보아서는 춘다의 음식이 부처님에게 탈이 난 것이 분명합니다. 부처님에게 큰 변이 생겼다는 소문이 춘다에게도 전해졌을 것입니다. 입방아찧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춘다를 향해 거침없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댈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붓다를 죽였다!”

 

당신 음식 때문에 부처님이 세상을 떠나셨다!”

 

하지만 부처님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깨달음을 이루었고, 진리의 세계()에서 오신() 존재가 지상의 음식을 잘못 먹어서 운명을 달리할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은 당신의 수명이 다했음을 이미 알고 계셨고, 그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에 대장장이 춘다는 정성을 다해 최상의 훌륭한 음식을 제공해주어 큰 공덕을 지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쿠시나가라의 두 그루 사라나무 아래로 향하시기 전, 부처님은 아난다 존자를 불러서 꼭 이 말을 전해달라고 당부하셨지요.

 

춘다가 올린 음식을 마지막으로 드시고 여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셨으니 이것은 그대의 공덕이고 행운입니다. 춘다는 긴 수명과 아름다운 용모와 행복과 명성과 천상에 태어남과 큰 세력을 얻을 것입니다.’

 

춘다의 마음에 깃들 자책감을 없애고 부처님을 향한 그 정성스런 마음에 행복과 행운이 깃들기를 축복하신 것입니다. 부처님을 만나 행복했고, 공양을 준비하며 행복했고, 공양을 드시는 부처님을 바라보며 행복했고, 공양을 마친 뒤에 법문을 들으며 행복했고, 훗날 아난다 존자에게서 축복을 전해 들어서 행복했을 춘다입니다.

 

보리수 아래에서 붓다가 되신 이후 부처님은 과연 몇 명의 사람을 만났을까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연을 맺었겠지요. 더러는 그대로 지나치기도 했을 테지만, 부처님은 그 인연 하나하나에 행복을 빌어주었고, 축복을 내렸습니다. 부처님이 만난 사람이나 부처님을 만난 사람이나 그 모두가 참 소중한 불자(佛子)입니다. 불자(佛子)는 부처님의 자식이란 뜻도 있지만, 어린 부처님이란 뜻도 있습니다. 어린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듯, 불자는 장차 부처님이 될 존재입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부처님 제자가 되어 행복한가? 삶에 실망하지 않고 담담한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살며, 내 옆 사람에게 그 기운을 나누어주고 있는가? 불자로서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

 

이미령/불교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