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를 만난 사람, 붓다가 만난 사람-열두 번째 인물

밀교신문   
입력 : 2023-09-22  | 수정 :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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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 스님

왜 이리 출가가 늦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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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용섭>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코살라국 사왓티에 위치한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가는 곳에 자리한 아완띠에 아주 독실한 믿음을 지닌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소나입니다.(거문고비유를 들었던 소나와는 동명이인입니다.)

 

소나는 재가자이면서도 마하깟짜나 존자에게 나아가 가르침을 들었고, 그의 시자로 살아가고 있었지요. 어느 날 소나가 조용한 곳에 홀로 앉아 참선하던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스님의 말씀을 깊이 생각하다보면 재가에 살면서 완벽하고 깨끗한 소라고둥처럼 빛나는 청정한 수행(梵行)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머리와 수염을 깎고 물들인 옷을 입고 집을 떠나 출가해야겠다.’

 

소나는 스승인 마하깟짜나 존자에게 나아가서 자신의 생각을 고하고 청하였지요.

 

존자시여, 제가 출가하도록 해주십시오.”

 

뜻밖에도 스승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청정한 수행이란 죽을 때까지 하루에 한 끼만 먹고 혼자 잠자는 일입니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냥 재가자로 살아가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고 헌신하십시오. 그러다 틈틈이 하루에 한 끼만 먹고 혼자 잠자는 수행을 실천하면 됩니다.”

 

소나의 마음에 출가하고픈 바람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에 다시 출가하고픈 마음이 일었고 스승에게 출가의 허락을 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그러다 세 번째로 다시 소나에게 출가하고픈 열망이 일었습니다. 그가 다시 스승에게 출가자로 받아들여주시기를 청하자 그때에야 스승은 그의 출가를 허락했습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계를 주려면 스님 열 명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에는 아직 부처님 가르침이 널리 퍼져 있지 않아서 스님 열 명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지요. 무려 3년에 걸쳐 이곳저곳에서 10명의 비구스님을 모을 수 있었고, 그때 간신히 소나는 정식 출가자로서 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나 존자는 행복했습니다. 그토록 바랐던 일을 이제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스승에게 진리를 물었고 가르침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참선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스승에게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 듣고 홀로 한적한 곳에서 사색하고 또 사색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세존을 직접 뵌 적이 없고 세존께서는 이러저러하다는 소문만 들었다. 은사스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세존을 뵈러 가리라.’

 

스승은 소나존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허락했습니다.

 

그대는 세존을 친견하러 가거라. 그 분을 뵙고 내 이름으로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문안드려라.”

 

소나 존자는 이후 먼 길을 걸어 세존 계신 기원정사에 도착했습니다. 스승의 이름으로 안부를 여쭈며 인사를 올리자 부처님은 그를 격려했지요.

 

비구여, 견딜 만한가? 지낼 만한가? 길을 오는 데 힘들지는 않았는가? 탁발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가?”

 

길을 오는데 힘들지 않았습니다. 탁발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먼 곳에서 온 수행자는 늘 따뜻하게 맞이하고 머물 곳을 배정해 주는 것이 부처님 시절 승가의 규칙이었습니다. 아난다 존자는 부처님 마음을 헤아려서 소나 존자의 거처를 부처님과 한 공간에 정했습니다.

 

부처님은 밤이 됐다고 해서 이불을 펴고 깊은 잠에 들지 않습니다. 밤늦도록 바깥 노지에서 참선에 들었다가 발을 씻고 방에 들어 잠시 휴식을 위한 잠을 청한 뒤에 다시 이른 새벽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정해진 법도입니다. 소나 존자도 평소 이처럼 밤 시간을 보낸 수행자입니다. 그리하여 부처님과 먼 곳에서 온 제자는 깊은 밤까지 참선에 들었다가 발을 씻고 방으로 들어가 잠시 잠을 잔 뒤에 다시 이른 새벽에 마주 앉았습니다.

 

비구여. 그대가 배운 대로 법을 외워보아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른 새벽, 소나 존자는 평소 자신의 스승이었던 마하깟짜나 존자가 일러준 가르침을 낭랑하고 부드럽게 외웠습니다.

 

내 것이라고 동요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라.

 

잦아드는 물웅덩이의 물고기들과 같다.

 

이 모습을 보고 내 것을 떨치고,

 

존재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유행하라.....(숫따니빠따)

 

길고 긴 암송이 모두 끝나자 부처님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장하고 장하구나. 비구여. 그대는 이 게송들을 잘 파악하고 잘 기억하고 있구나. 아름다운 언어로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구나.”

 

출가하고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뵙는 부처님에게 이런 칭찬을 들었을 정도로 소나 존자의 그간의 수행은 참으로 깨끗하고도 치열했습니다. 제자의 진지하고 성실한 모습에 감탄한 부처님이 넌지시 물었습니다.

 

비구여. 그대는 몇 안거를 하였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한 번의 안거를 하였습니다.”

 

한 번의 안거란 스님이 된지 1년 됐다는 뜻입니다.

 

그대와 같은 훌륭한 수행자가 어째서 출가가 이처럼 늦었는가?”

 

소나 존자는 고백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세속의 쾌락에서 위험을 보아 왔습니다. 그래서 출가하기를 너무나도 원했지만 쉽게 떨치고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재가자로 산다는 것은 번잡하고 해야 할 일이 많으며 바빴기 때문입니다.”

 

수행을 하는 데 굳이 출가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 굳게 마음을 다잡고 경을 읽고 참선하고 보시 등의 선업을 지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속의 삶이 내게 그와 같은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과 일과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정황상 소나 존자는 제법 나이 들어서 출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속에 살면서도 늘 마하깟짜나 스님을 존경하고 보살폈으며, 그토록 출가를 원했지만 소나의 세속 살림을 알고 있던 스승이 말린 이유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그의 구도심은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굳어져갔습니다. 좀더 일찍 출가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걸 가리켜서 시절인연이라고 할까요?

 

부처님은 출가한 제자들에게 빨리 출가하지 왜 이리 늦었는가?”라고 재촉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먼 곳에서 당신을 친견하러 온 낯선 늦깎이 제자와 함께 밤을 보내면서 그의 정진을 찬탄하며 좀 더 일찍 출가하지 그랬는가라는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소나 존자는 어떤 마음일까요? “, 정말 나는 수행자가 되기를 잘했다.”라며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았을 것입니다.

 

이미령/불교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