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지혜로운 사람이란?

밀교신문   
입력 :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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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모르는 시절부터 남녀가 맺어져 살아가는 인생길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지요. 열 살 때는 멋모르고 살고, 스무 살 때는 아기자기하게 살고, 서른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살고, 마흔 넘으면 서로 못 버려서 살고, 쉰 살이 넘어가면 서로가 가여워서 살고, 예순 줄이 되면 서로 고마워서 살고, 일흔 줄은 등 긁어주는 맛에 산다고 합니다. 자식 기르느라 정신없이 살다가 5~60줄에 들어서 이제 뭐 좀 홀가분한 마음으로 알콩달콩 살아보려나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지지고 볶으며 지내다가 소 닭 보듯이, 닭 소 보듯이 지나쳐 버리기 일쑤고, 서로가 원수처럼 으르렁거립니다.

 

그러다 어느 날 머리칼이 희끗희끗해진 걸 보면 어느덧 세월이 무상하고 불현듯 상대가 가여워지게 되지요. 그리고 서로 굽은 등을 내보일 때쯤이면 철없고 무심했던 지난날을 용케 견뎌준 서로가 눈물 나게 고마워질 것입니다. 이젠 지상에 머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쭈글쭈글해진 살을 맞대고 서로 긁어주고 있노라니 팽팽했던 피부로도 알 수 없었던 남녀의 사랑이라기보다 평화로운 슬픔이랄까, 자비심이랄까, 그런 것들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인생의 무상함을 터득하게 되는 우리입니다.

 

높다고 해서 반드시 명산이 아니듯,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어른은 아니지요. 가려서 볼 줄 알고 새겨서 들을 줄 아는 세월이 일깨워 준 연륜의 지혜로, 판단이 그르지 않은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릅니다. 성숙하다는 것은 높임이 아니라 낮춤이라는 것을,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 넓어지고 깊어질 줄 아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새벽 강가에 홀로 날아오르는 새처럼 고요하고, 저녁 하늘 홍갈색 노을빛처럼 아름다운 것이 바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이어지는 삶이 아닐까 합니다.

 

한해 또 한 해를 보내는 마음으로 인생이 무상함을 서글퍼 하기보다 깨닫고 또 깨달아야 합니다. 삶의 교훈이 거름처럼 쌓여가니 내 나이 한 살 더하여도 행복해야 합니다. 젊음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지요. 마음은 비우고 속은 채워서 건강한 생각으로 365일 복된 나날을 보내시기 서원합니다.

 

저 이른바 장로상(長老相)은 늙다 함이 아님이요, 연소(年少)해도 지자(智者)이면 그가 참된 장로니라. 세간 유덕(有德) 정직한 자 사곡(邪曲)함이 없다 해도, 사정(邪正) 분간 못하면은 이치(理致) 시비(是非) 어찌 아랴. 정지(正智)로써 심법(深法) 듣고 지()와 이()가 상응하여 대승(大乘) 수순(隨順)하는 것이 이가 진정 지자니라.”<반야바라밀>(진각교전 140)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