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하는 이유는?

밀교신문   
입력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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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근무하시는 어떤 보살님이 야간 근무를 하시는데, 새벽 다섯 시쯤에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리더래요. 전화기를 들고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하고 물어봤더니 아무 대답이 없더랍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더니 창가 쪽 침대에 있는, 병동에서 가장 오래 입원 중인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를 내밀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간호사님,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 그러는 거예요.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니, 맥이 탁 풀렸겠지요.

 

옆에는 환자의 부인이 곤히 잠들어 계시더래요. 그래서 이런 건 보호자 분한테 부탁하셔도 되잖아요.”하고 나지막이 쏘아붙이듯 말했더니, “그냥 좀 깎아줘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사과를 깎았어요. 그랬더니 환자는 사과 깎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이번에는 먹기 좋게 잘라 달라는 겁니다. 그러자 이 보살님은 귀찮은 표정으로 사과를 반으로 뚝 잘라버렸어요. 그랬더니, 그러지 말고 좀 예쁘게 잘라 달라는 거였지요. 할 일도 많은데 별난 요구를 하는 환자가 못마땅해서 못 들은 척 사과를 대충 잘라줬어요. 그리고는 사과 모양새를 여전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그 환자를 뒤로하고 서둘러 병실을 나와버렸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환자는 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어요. 삼일장을 치르고 나서 환자의 부인이 수척한 모습으로 이 보살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사실 새벽에 사과 깎아 주셨을 때 저 깨어 있었어요. 그날 아침,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면서 깎은 사과를 내밀더라고요.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는데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 깎아 줄 수가 없었어요. 저를 깜짝 놀라게 하려던 마음을 지켜 주고 싶어서요……. 그래서 간호사님이 바쁘신 거 알면서도 모른 채하고 누워 있었어요. 혹시 거절하시면 어쩌나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정말 고마워요.”

 

보살님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요. 사연도 모르고 귀찮아하기만 했던 자신이 너무 잘못한 것 같단 생각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마음속으로 나는 그 새벽,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세상의 전부였던 환자와 보호자의 가슴 아픈 사랑 앞에 얼마나 무심하고 어리석었던가…….”하고 보살님은 참회하고 또 참회했습니다.

 

가버린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고, 다시 주울 수도 없습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지요. 미움과 원망을 키우지 말고, 사랑하고 은혜를 나누며 복 짓고 베풀면서 사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과거도, 미래도 없습니다. 오직 지금뿐입니다. 후회 없는 인생이 되도록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뒤로 미루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진실한 불자가 되시기를 서원합니다.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