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산에 들에 산나물이 가득

밀교신문   
입력 :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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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시작인 봄이며 계절의 여왕인 5월에 우리 선조들은 어떤 음식을 드셨을까? 지금처럼 춘곤증을 겪으셨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우리 밥상에 벼가 가운데 자리잡은 것은 6세기 이후이며 그전에는 보리나 조 등의 잡곡이 주로 재배되어 상용되었다고 한다. 곡류는 가루로 만들어 지금 우리가 말하는 떡의 형태로 먹었고 밥의 형태로 먹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 이후로 보고 있다. 경주의 국립박물관에 가면 시루(토기)도 있으며 발이 세 개 달린 솥과 불을 지피는 풍로를 볼 수 있다. 삼국시대 후기가 되어서야 밥솥에 밥을 지어먹었고 다양한 먹거리가 음식의 재료로 사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삼국시대에도 장을 담갔다고 보이나 그 형태와 만드는 방법은 정확하게 전해져 오지 않고 있다.
 
주식과 부식이 분리된 독특한 식사 형태는 고분의 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과서에 실렸던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는 각자 상이 따로 있고 상위에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그릇이 있으며 조신한 모습으로 쟁반에 음식(그릇)을 담아 나르는 모습이 정겹게 남아있다. 고구려 안악 3호 고분의 벽화에는 아름다운 채색화로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와 음식을 끓이는 큰 솥 같은 요리도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주식이 곡류인 우리 민족은 반찬으로 절임을 먹으면서 곡류의 소화·흡수에 필요한 나트륨도 함께 섭취할 수 있었다.
 
반찬으로 사용되는 채소 절임은 수확기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다른 계절에도 먹을 수 있도록 발달된 식품제조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채소절임은 김치이며 사용되는 젓갈은 고춧가루에 의해 변질이 억제되면서 숙성함에 따라 유산균과 감칠맛이 풍부해지는 건강식품이다. 미국의 오바마 전대통령 부인인 미셀 오바마여사는 백악관 텃밭에서 배추를 길러 김치를 담가 트위터에 올리기도 하였다. 중국은 파오차이가 김치이며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할 만큼 우리의 김치를 탐내고 있다. 김치의 초기 형태는 무를 소금에 절인 형태로 ‘지(漬: 담그다, 적시다)’라고 하였으며 김치담그는 것을 ‘염지(鹽:소금에 담그다, 漬:담그다, 적시다)’라고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언급하였다. 또한 ‘채소밭에서 키운 무로 장아지를 만들어 여름철에 먹고 겨울에는 김치(김장)을 먹는다’는 한시 가포육영을 남겼다.
 
고려말기에 유교가 도입되면서 ‘저(菹: 채소절임)’라고 부르게 되었다. 채소는 우리 식탁의 필수품이며 흉년에는 구황작물도 된다. 산과 들에 풍성한 산채는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소의 급원이 되었고 덕분에 우리는 건강한 식생활을 물려받을 수 있다. 다만 짜게 먹는 것을 주의하면 말이다. 입춘이 되면서 산의 눈이 녹을 때 자라나는 산나물 중에 신감초는 당귀의 싹이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승엄초, 승검초, 승암초라고도 하며 한방에서 부인병이나 빈혈의 약재로 쓴다. 맛이 쌉싸름하고 특유의 향을 갖고 있으며 조금 맵지만 단맛도 나며 잎은  술을 빚기도 한다. 어린 잎을 깨끗하게 씻어서 살짝 데치거나 초장에 무쳐서 먹기도 하며 꿀을 찍어 먹으면 맛이 매우 좋다고 동국세시기에는 말하고 있다.
 
또 다른 봄의 정취는 가죽나물 겉절이와 전으로 즐길 수 있다. 가죽나물은 참죽나무의 새순으로 봄철과 초여름이 제철이며 독특한 향이 있다. 오묘한 보라색을 띄면 장아찌나 부각을 만들기도 하고 비타민이 풍부해서 면역력을 강화하는 효능이 있다. 무기질도 함유되어 있어서 감기예방이나 해열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선조들이 봄에 다양한 산채를 여러 가지 조리법으로 즐긴 방식은 겨우내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는 생활방식이다. 과학적인 분석이나 영양가의 효능을 확인하지도 못했던 시절에 이 얼마나 스마트한 식사요법인지 감탄스러울 뿐이다. 
 
소개하는 요리는 경주시 구미산 사찰의 주지이신 지호스님에게서 전해받은 조리법이다. 지호스님은 이미 경주시 전통요리경연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으시므로 그 솜씨는 검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찰의 비법으로 요리한 당귀겉절이와 가죽나물 겉절이, 전은 건강한 요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코로나19로 입맛까지 위축된 요즘 봄이 다가기 전에 지역 장터에서 산채를 구입하여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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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귀겉절이
주재료 : 당귀 어린잎
양념  : 맛간장, 된장, 고춧가루, 조청, 깨소금
만드는법
 ① 당귀잎은 어리고 부드러운 부분의 잎만 골라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다.
 ② 맛간장에 적은양의 조청과 된장, 고춧가루, 깨소금을 넣고  잘 섞어준다
 ③ 물기를 제거한 당귀잎에 넣고 버무려 상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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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죽나물 겉절이(참죽나물)
  주재료 : 가죽잎(어린 순)
  양 념  : 맛간장, 집간장, 고춧가루, 통깨, 참기름
 만드는 법
   ① 가죽은 어리고 부드러운 부분만 골라서 물에 행구듯이 가볍게 손질하여 물기를 뺀다
   ② 칼을 쓰지 않고 손으로 잎과 줄기를 다듬어 무침 그릇에 담는다
   ③ 먼저 맛간장에 집간장을 넣어 간을 맞춘 후 고춧가루를 넣고 잘 저어준다
   ④ 손질한 가죽나물에 맛간장을 넣고 가볍게 살살 버무리고 통깨와 참기름을 넣어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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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나물전
   ① 가죽은 씻어서 물기가 잘 빠지도록 하여 준비한다.
   ② 밀가루에 아주 소량의 소금과 참기름, 물을 넣어서 밀가루가 엉기지 않도록 잘 저어 둔다
   ③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죽을 가지런히 하여 놓고 밀가루물을 한국자 놓고 손으로 자금 자금 눌러서 밀가루가 골고루 묻도록 한다
   ④ 가죽의 형태가 그대로 보이도록 부쳐서 그릇에 담아낸다.
 
이인숙 교수/위덕대 외식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