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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다 모든 것이다

밀교신문   
입력 :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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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희 지음·불광출판사 펴냄·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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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 붓다 이래 2,600여 년 불교사에서 수많은 사람이 깨달음의 경지를 밟았다. 불교 경전과 역사서, 선어록 등에 그들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 온다. 그런데 대부분 남성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과거 신분제와 가부장제 등 남성중심주의 사상이 여성들의 깨달음을 가로막아 왔고, 그녀들에 관한 기록조차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억압과 차별 속에서도 당당히 진리를 찾아 나선 여성들이 있다.

 

나는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다 모든 것이다는 석가모니 붓다 당시와 중국 선종사, 그리고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이래 깨달음을 얻은 여성 선지식들의 이야기이다. 여성 선지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떡 파는 할머니에서부터 기녀, 왕비, 열두 살 소녀, 천민, 평범한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처지와 환경에서 깨달음의 문을 연 여성들이다. 그녀들의 삶과 출가 인연 등은 제각각이지만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출발해 깨달음에 이르렀다.

 

이들에겐 지식의 높고 낮음, 재산의 많고 적음, 지위의 귀함과 천함 등 삶의 어떤 이력과 행적도 중요하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종교적인 수행에서조차 차별받아야 했던 그녀들의 삶과 수행 이야기를 통해 깨달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이 책에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을 살다가 깨달음을 얻어 대자유의 길을 걸어간 39명 여성 선지식의 일화가 실려 있다.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을 직접 듣고 깨달은 사람, 중국 선불교 전통 중 하나인 조사선의 가르침에 따라 깨달은 사람,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해진 이래 스스로 마음공부해서 도를 이룬 여성들이다. 이 가운데 이미 도를 깨친 선사들이 하잘것없는여성들과의 선문답을 통해 다시금 득오(得悟)하는 장면은 선() 수행의 본질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깨달음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나 마음공부하는 현대인이 새겨들어야 할 송곳 같은 가르침이 담겨 있다.

 

이재우 기자 san108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