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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나 오늘이나, 나날이 참회와 정진

밀교신문   
입력 :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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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진기 74) 경자년(庚子年)이 지나고, 2021(진기 75) 신축년(辛丑年)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지난 한해는 참으로 참혹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상이 혼란에 빠져들었으며, 모든 사람들이 큰 곤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계절이 언제 바뀌었는지도 몰랐습니다. 계절이 주는 환희마저 누릴 새가 없었습니다.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허물어져서 외롭고 답답했으며, 무너져 내리는 경제사정 때문에 다들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던 불사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부디 조만간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하루 빨리 이 혼란이 종식되어 모든 사람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서원합니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면, 사람들은 늘 세상과 자신의 여건이 더 좋아지기를 기대하곤 합니다. 새해 아침에는 밝아오는 해를 바라보며 모든 것들이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또 지난해에 지은 자신의 과실이 사라져 없어지길 기원하곤 합니다. 소띠해인 올해 신축년 운세가 낡은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니, 허황한 말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또 은근히 무언가를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운세는 운세일 뿐입니다. 매년 겪어봐서 알겠지만, 그해의 간지(干支)가 사회와 개인들의 삶을 결코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매해 새로 맞는 11일이 되면, 1231일과 찰나의 경계로 나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경건해지면서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 걸까요?

 

먼저 왜 365일을 1년으로 정하게 되고, 연말과 연시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달력인 그레고리력, 이를테면 양력의 기본 구조는, 4년마다 한 번씩 윤년을 둠으로써 1년을 평균 365.25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변치 않는 법신세계의 우주원리에 따른 것으로, 태양과 지구의 공전과 자전의 작용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그게 천문학이지 어떻게 법신세계의 원리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말씀입니다. 천문학을 포함한 과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모든 현상과 질서에 대해, 원인에 따른 결과에 의거하여 연구하고, 그 결과를 사람들이 응용할 수 있도록 세상에 내놓는 것이 과학입니다. 법신세계의 원칙 역시 인연에 의해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아무튼, 태양과 지구가 주기적으로 하는 공전과 자전에 따라, 1년은 대략 365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 여름이 더운 까닭을 지구가 태양과 가까워지기 때문이라고 여기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태양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때는 오히려 겨울인 12월입니다. 이는 지구가 늘 23.5도로 기울어진 채 공전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지구가 공전과 자전을 하다가, 기울기에 따라 햇볕을 가장 넓게 받을 때가 여름입니다. 우리가 사는 북반부가 겨울일 때 적도 아래 호주 같은 남반부가 여름이 되는 것은, 햇빛을 받는 지구의 면적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주기적인 변화가 반복되는 시점을 편의상 한해의 시작과 끝으로 정한 것입니다. 지금은 1월을 한해의 시작으로 하고 있지만, 고대 서양에서는 3월이 한해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고로, 지난해와 올해란 편의상의 구분이지 특별한 의미를 두고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한해의 끝과 또 다른 한해의 시작 역시, 오늘과 내일의 구분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면, 새해에 지난해를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왕 우리에게 습관이 된 그 행사를 굳이 부정해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참회만으로 지난해에 지은 나쁜 인이 사라지기를 서원해봐야 소용없습니다. 인생은 컴퓨터나 게임처럼 리셋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해 아침에만 거창하게 계획하여 다짐하는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일 년 내내, 아니 살아가는 동안 매일 참회하고 정진하는 것이 옳습니다. 새로운 다짐을 하기 보다는 지난해에 다짐했다가 놓친 것을 다시 실천하는 것이 낫습니다. 1231일과 11일만 구분할 것이 아니라, 매일 나쁘게 지은 인을 참회하고 정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가 자주 잃는 본심을 되찾거나 숨어있는 본심을 발견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본심으로 살아가야만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젠 새해아침을, 지난해에 지은 인()을 돌아보고, ()을 살핀 다음, ()를 알아 참회하는 쉼터로 여기시기 바랍니다. 오늘이나 내일, 지난해나 새해를 따로 구분하지 말고, 늘 참회하고 정진하시기를 서원합니다.

  

회당대종사님께서 다음 말씀을 남기신 까닭이 있습니다.

하루 중에 행복함은 새벽불공함에 있고, 칠일 중에 행복함은 자성일에 빠짐없이 불공정진함에 있고, 한 달 중의 행복함은 월초불공함에 있고, 일 년 중에 행복함은 새해불공함에 있고, 일평생의 행복함은 그 종지(宗旨)에 있느니라.”(실행론 3,4,14)

 

덕일 정사/무애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