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각의 세계를 열다

밀교신문   
입력 :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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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종단체제의 정비와 교학의 증진

1) 진각종의 성립

 

(3) 종단의 정체성 확립

종단은 헌법을 제정하면서 불교의 종파개념을 받아들여 공식 명칭을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라 확정하고 특히 ‘보살회’라는 용어를 붙였다.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에서 ‘보살회’는 ‘진각종은 보살회다’라는 의미로서 진각종의 성격을 ‘보살회’로 밝히고 있다. 불교의 교리는 원래 심원광대하여 하나의 문으로 다 나타낼 수 없고 또한 하나의 방편으로 다 교화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서 다양한 종파가 나누어지고 환경에 맞는 많은 방편이 마련되었다. 그리하여 불교의 분화와 협동이 이루어져서 교화발전이 크게 일어날 수 있다. 그중에서 출가 종파와 재가 종파로 분화하여 교화하면 전통 계승과 시대에 맞는 교화를 원만히 할 수 있다.

 

따라서 진각종은 ‘보살회’라고 하여 전통적인 출가불교의 일원 통속적인 종파에 대하여, 시대에 맞는 교화방편을 펴는 재가불교의 이원전문적인 종파라는 정체성을 드러내었다. 그래서 비유하면 출가종은 집안의 종손(宗孫)과 같이 전통을 이어가고, 재가종은 지손(支孫)과 같이 분화하여 각기 전문적 종지를 세워서 교화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출가법은 전통을 이어 나가는 법이며 재가법은 그 시대 중생을 제도하는 법으로서, 전통을 계승하는 출가법이 없어도 불교 역사는 찾아볼 수 없고 교화하는 재가법이 없어도 그 시대의 민속(民俗)을 교화할 수 없게 된다. 즉 출가종단은 사찰의 불상을 중심으로 불법승 삼보를 숭상 예배하여 사회를 정화하고, 진각종은 등상(等像)을 떠나서 진리불[이불(理佛)]을 믿고 인과를 내증하여 육행을 실천하는 교화를 하는 것이다. 불교에서 보살은 성불의 과정에 있는 수행자를 가리킨다. 보통 보살의 위상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상구보리(上求菩提)]’, ‘아래로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교화하는[하화중생(下化衆生)]’ 인물[수행자]로 보고 있다. 그래서 대승불교는 이상적인 인간상으로서 보살사상을 형성하였다.

 

보살은 이상적인 인간상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미루고[자미득도(自未得道)] 남을 이롭게 한다[선도타(先度他)]. 그래서 보살은 육도(六度)·육행(六行)의 실천을 중심 덕목으로 삼아서 수행과 교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보살에는 가정을 떠나서 수행하는 출가보살과 가정을 이루고 수행하는 재가보살이 있다. 재가보살은 수행을 통해서 삼매를 얻고 십선도를 행하며 보시와 법을 설하였다. 출가보살은 집을 떠나서 십선도를 실행하고 고요한 숲속이나 탑사에 머물면서 수행하고 법을 설하였다.
진각종보살회는 출·재가보살의 성격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래서 진각종의 정사(正師)와 전수(傳授)는 세상에 처하여 부부생활을 하면서 보살계를 가지고 심인진리를 깨쳐서 중생을 제도하고 화민 성속한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보살계를 지키고 심인진리를 깨치면서 교화하는 스승은 가정을 떠난 출가[신출가(身出家)]를 하지 않고, 재속(在俗)에서 심출가(心出家)한다.

 

진각종의 스승은 비록 재가에 머물지만 심인[보리심]을 깨쳐서 마음에 뭇 경계를 일으키지 않고 승속동행의 교화를 한다. 진각종의 스승은 심인(보리심)을 계체(戒體)로 삼아서 일상생활에서 십선계[보살계]와 육행을 실천하는 수행과 교화에 정진한다. 그래서 재가법이 현실 생활에서 계행을 지키고 바르게 서면 상대원리로 재가법과 출가법이 서로 반영하여 출가법도 바르게 정화되고 나라와 세계가 모두 정화되는 것이다. 복잡한 현대물질사회는 종교와 관계없이 인간의 내면적 윤리, 즉 지혜 자비 사랑 등 세속적 윤리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물질 사회에서 거칠어진 인간의 심성을 정화하기 위해서 형식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본성[심인]을 밝히는 방편을 강구하였다. 그래서 불법(佛法)과 세간법(世間法)은 이면(裏面)과 표면(表面)의 관계로서 불이(不二)의 관계로 보는 불교의 본정신에 따르면 출가 재가와 성속(聖俗)은 수행 생활의 조건이나 방편에 지나지 않고 종교적 위계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진각종은 형식적인 겉모습으로 출가와 재가를 가르는 인식을 넘어서 세속에서 세속적 생활을 정화하는 방편문을 세운 것이다. 세속에서 세속의 초월을 실현하기 위한, 소위 ‘세속에서 초월’의 방편문인 진각종은 출가와 재가의 이분화(二分化)를 지양(止揚)하고 오히려 둘을 포괄하는 ‘재속주의(在俗主義)’를 지향(指向)하여 ‘현세정화’를 교화이념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진각종이 세간을 정화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로서 출가종과 재가종의 역할 분립에 따라서 ‘재속주의’로서 교화활동을 충실히 수행할 때 불교발전, 나아가 현대사회의 복지와 평화는 지속할 수 있다.

 
2)교화방편의 증진과 교화역량의 강화
(1) 교화방편의 증진
헌법제정은 다방면에서 종단의 교화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심공법과 교화방편을 다방면으로 강구하였다. 그동안 실천하여 오던 심인당의 아침저녁 심공을 심학교 심공시간으로 정하였다(7,12.18). 심공은 심학공부[심인공부]의 뜻으로서 스승과 신교도가 실행할 심공법의 방편을 다방면으로 모색하였다.
 
아침저녁 심공을 보다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 먼저 매월 초 7일간 심공법을 실시하였다. 매월 정기적으로 실행하는 심공이라 월례심공(8,8.28), 또는 월초의 심공이라는 의미에서 월초심공이라 불렀다(9,10.12). 월초심공은 정착되는 과정에서 폐지와 재실시를 반복하였다. 그 과정에서 심공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매달 시간정진을 7회 이상 하기도 하였다(10,10.14). 시간정진법은 특별한 서원이 있을 때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심공으로(10,7.30), 하루 동안 심공하는 법에서 시작하였다(9,8.3). 하루정진은 일일(一日) 정진으로 서원에 따라서 하루 동안 6시간 동안 심공정진하는 법이고, 이를 7일간 계속하여 심공하는 법이 7일 정진법의 하나이다. 하루 정진이든 7일 정진이든 심공 중에는 계법을 정하여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하루 정진도 심공이 어려운 점이 있어서 3시간 정진을 매월 2회 이상 심학강공 하기도 하였다(11,5.29). 누구든 하루 정진을 할 경우 해인 낭독, 서원가도 하지 않고 죽비도 쥐지 않고 희사금도 정리하지 않았다(10,8.15). 시간정진 하루정진 월초심공 등에 이어서 새해서원 강도법을 시행하였다(9,12.27). 새해강도는 한 해의 서원을 위한 심공법으로서 서원강도 요강을 마련하였다.
 
심공하는 중에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선정에 들기 위해 왼쪽 가슴에 홍색 우담화를 꽂고 해인 낭독 서원가 등을 하지 않았다(10,8.1). 또한, 심공은 마음을 집중하여 심인을 깨치는 공부라서 가끔은 공식불사 시간에 스승이 설법을 하지 않고 진언염송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10,8.2). 그러나 우담화를 꽂고 정진하는 법이 별 효과를 얻지 못하여 해인 낭독을 다시 하였다(11,10.9). 나아가 심공을 생활화하기 위해서 매달 첫 월요일 또는 15일(9,9.26)을 특별히 계행을 가지는 날로서 제생일법(濟生日法)을 정하여 실천하였으나, 번잡한 경우도 있어서 폐지하였다(11,7.18). 심인당의 공식 심공 시간은 진언염송과 더불어 해인을 공부하는 심공이었다. 스승과 신교도가 공부할 해인을 지속적으로 제정하였다. 특히 법신(法身) 대일여래(大日如來), 보신(報身) 자성미타(自性彌陀), 화신(化身) 석가불(釋迦佛)의 영체심인(靈體心印)으로 하는 삼신이불(三身理佛)의 의의를 개선하여 해인을 제작하였다(9,9.21). 해인은 주로 석판 인쇄로 제작하였다. 석판 인쇄공으로 안병대(청정심의 둘째 아들)를 채용했다(9,2.14). 가정에서 게시하여 나날의 심공을 하도록 가정해인을 배부하였다(10,7.20). 해인공부는 심공을 통해서 진리를 깨치는 방향을 잡아 주었다.
 
해인의 내용을 보다 쉽게 기억하고 이해하는 방편으로 서원가를 실시하였다(9,1.20). 이에 수반하여 서원가 보급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각 심인당에 피아노 풍금 등의 악기를 비치하였다(9,2.14). 서원가는 교리나 경전의 말씀을 가사로 정리하여 작곡하였다. 대종사가 박보강 등의 스승과 함께 상경하여 일주간 강도를 하고 제정과 수정을 계속하여 5곡을 제정하고(10,2.20) 다시 4곡을 수정하였다(10,4.19). 먼저 제정한 5곡을 반포하고 두꺼운 표지로 편철할 수 있게 묶었다(10,7.20). 그 과정에서 해인의 내용을 4·4조의 영창(詠唱) 게송(偈頌)으로 고치고 일정한 고저의 곡표를 넣어 낭독하였다(10,2.20). 결국 곡표는 넣지 않아도 해인의 낭독은 중요한 공부법이 되고, 모든 해인을 4·4조의 게송으로 만들었다. 서원가 작사 작곡을 위해 손대련, 박보강이 상경하여 신작 10곡을 발표하고(11,4.24) 또 수정과 신곡을 6곡을 발표하였다(11,7.13). 나아가 서원가 24곡을 묶어서 1집 서원가 소책자를 인쇄하여 배부하였다(11,7.13). 그러나 서원가의 실시는 마장이 많이 일어나서 몇 차례 교정하다가 곧 중지하였다(11,10.9).
 
서원가 폐지의 가장 큰 까닭은 서원가의 곡조가 기독교의 찬송가의 색채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원가 제정 중에 해인에 곡표를 넣어 낭독하는 법을 일시 중지하였으나 서원가 중지와 동시에 해인낭독을 다시 실시하였다(11,10.9). 심공법의 개선과 더불어 희사법도 수승하게 개선하였다. 희사는 수행의 중요한 방편이고 재물을 옳게 쓰는 가장 좋은 길이기 때문이다. 참회원 시기의 1/10희사와 차별희사에 이어서 제시법(濟施法)을 실시하였다(10,6.3). 제시는 처음 ‘기타 심인당과 사택 비용으로 지출하는 일체 금액’에 대한 2/10 희사(9,3.15), 또는 차시(差施·9,9.14)의 뜻으로 사용했다. 차시는 차별희사의 준말로서 차사(差捨)라고도 하며 특별한 상황에 따라서 그때그때 행하는 희사이다. 심인당과 사택비용으로 지출하는 일체금액에 대한 2/10, 또는 차시는 결국 스승의 현실 복지를 위한 희사이다. 즉 제시는 복지와 관련한 희사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리고 스승과 신교도의 복지로서 제시의 의미를 폭넓게 적용하여 제시법을 제정하였다.
 
제시 제도의 제정 당시의 제시 목적은 다음과 같다.
“심인당에 제시함을 두기로 교도들의 찬성을 얻었다. 서울과 대구 남산동심인당에 제시함을 두고 우선 시험적으로 실시하여 보기로 각 정사 전수님의 합의를 보았다. 제시함을 두는 목적은 다음과 같다. 복식방편(複式方便)으로 쓰게 된 희사금을 단식방편(單式方便)인 현실부문에 쓰게 되니 마장이 일어나고 따라서 교가 발전되지 않으므로 부득이 단식방편문을 열게 되는 것이다. 1.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큰 재난을 당하였을 때의 구제를 위하여, 2.교도가정의 길흉사에 상부상조하기 위하여, 3.사회적으로 널리 행여(行旅) 사망(死亡)과 무의탁한 빈곤 구걸을 위하여, 4.교내교외의 섭외 위로 찬조 축하 등을 위하여, 5.스승의 봉급 수당으로 지원하지 못할 경우의 비용(길흉사비, 자녀학비, 기타 생활잡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희사금은 교화를 위하여 잘 써야 큰 공덕이 된다. 그런데 희사금을 잘 쓰기 위해서 희사할 때부터 희사의 목적을 정하여 실천하는 방안을 생각하였다. 여기서 복식방편이란 이원원리와 관계가 있다. 즉 희사금은 이원방편으로 써야 한다는 의미이다. 희사금은 현실적인 재물로서 유상적인 것이지만 무상희사를 하면 희사한 금액은 무상 진리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그러므로 무상의 진리를 전하는 직접적인 교화활동을 위한 곳에 써야 한다. 무상 진리로서의 정제(淨財)를 현실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면 마장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현실적인 용도의 유상의 희사문을 열게 된 것이다. 유상희사는 구체적인 현실적 목적을 가지고 행하는 희사이다. 유상 제시의 현실적 목적을 다섯 가지 예를 들고 있다. 따라서 무상희사와 구분하여 제시함을 설치하였다. 그리고 실제 제시함을 제작하여 배부하였다(11, 2.18). 희사법의 중요성은 공사(公私)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희사의 공덕은 희사의 뜻을 일으킬 때 이미 형성된다. 희사의 뜻을 일으키는 순간 희사금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의 소유물이 된다. 희사법과 더불어 공공의 소유물이 가진 의미도 강조하였다. 희사금은 잘 서야 공덕이 크다. 그런데 세간에서 으뜸의 공공물 중의 하나가 세금이다. 당시 탈세의 현상은 매우 심각하였다. 납세의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 장세함(藏稅函)을 비치하고 실천하게 하였다(11,7.18). 장세함은 가정에서 예상되는 세금을 모아두는 함이다. 대종사가 손수 먼저 실행하였다. 또한 신교도들이 가정에서 신행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게 만년 달력 등을 배부했다(11,7.18). 불교의 신행도 세간의 풍습과 관행을 전부 거부하기보다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방편으로 삼기 위해서 건물의 신개축에 일부 사용하기로 하고(12장성법·9,2.14), 이를 시행하였다(10,12.24). <계속>

초기 서원가002.jpg

-진각종 역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