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각의 세계를 열다

밀교신문   
입력 :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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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종단체제의 정비와 교학의 증진

1) 진각종의 성립

 

(1) 헌법의 제정

심인불교참회원은 창교부터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서 공의(共議)로 운영하려고 노력하였다. 참회원의 운영과 신교도의 생활에서 공사(公私)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었다. 참회원은 교세가 확산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행정조직과 교화 활동의 체제를 다시 정비하였다. 헌법을 제정하여 참회원의 체제를 완전히 개정하였다. 헌법 제정 경과문은 헌법 제정의 필요성을 잘 밝히고 있다.

 

“본교는 단기 사이팔십년 시월(?)에 참회원으로 발족하였을 때는 하등의 시행법을 가지지 못하였으나 본교의 발전함에 따라 단기 사이팔일년 팔월 사(?)일 교화단체 참회원으로 본도 공보과에 등록 때는 간부조직과 강령을 세웠고, 단기 사이팔사년 칠월 이십구일 심인불교건국참회원으로 중앙공보처에 등록할 때에는 단원 규약을 세웠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보살회의 발전하고 있는 범위는 벌써 현용의 단헌 규약으로서는 도저히 적합지 않고 또 그 일부를 개정하여도 적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전부를 개정하여야만 될 단계에 이르렀음을 자각하고 본교에서는 단기 사이팔육년 삼월에 민주주의 자유국가에 합당한 대승적 종교 헌법을 새로 제정하고자 기초에 착수한 것이다.”

 

참회원은 헌법제정을 3월에 착수하여 헌법 기초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대종사와 김희옥이 기초위원으로 선출되어 4월부터 6월까지 초안을 완성하였다. 스승으로 이루어진 헌법 기초위원회는 7월 7일 초안을 토의하고 대종사에게 재수정을 위임하였다. 대종사는 강준(姜竣·강창호(姜昌鎬)를 대종사가 개명하여준 이름)을 전문위원으로 삼아서 재수정하여 헌법안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단기 4286(1953)년 스승 23명과 신교도대표 50명으로 구성한 헌법제정총회에서 8월 20일부터 3일간 헌법안을 축조 심의하고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7,8.24). 또한 헌법제정 경과문은 새로 제정하는 헌법의 기본체계를 확실히 기술하고 있다.

 

“동양에 근거를 두고 있는 교단은 거개가 종합적이요, 종파로 나누어진 것도 일원주의 조직이라, 한 불교로서 이교(異敎)와 같이 양극 음극으로 이원주의로 조직된 헌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동양 불교가 오늘날 대발달하자면 계율과 각오(覺悟)는 성전으로 할 것이요, 교정(敎政)을 치행(治行)할 법을 반드시 따로 세워야 할 것이다.”

 

헌법의 기본체계는 종교적 수행과 세간적 행정의 이원주의를 중심으로 삼았다. 계율 수지와 각오, 즉 깨닫기 위한 수행은 성전[경전과 계법]에 의거하고, 교단 행정의 운영체계를 위해서 법을 제정하였다. 이에 따라서 헌법의 내용은 종교적 이법으로서 신장(信章)과 행정체계로서 교정(敎政)의 이원을 세웠다. 또한 신장은 교리의 요약으로서 약리(約理·27항)와 스승의 자격요건과 행위규범으로서 인법(印法·37항)을 정리하였다. 교정은 전 22장과 부칙으로 구성하고 기본조직체계로서 심회(心會), 인회(印會), 총인회(總印會)를 두었다. 심회는 각 심인당, 인회는 일정 지역, 총인회는 중앙의 조직을 일컫는다. 다만 인회의 조직이 하나일 경우는 그 인회가 총인회의 역할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징계유도규례(懲誡誘導規例·14장)·심공의범(19장)·십중계·해인행·사십팔심인계 등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헌법을 제정한 후 참회원의 재산을 효과적인 유지관리하기 위해서 재단법인의 설립을 결의하였다. 제헌총회는 헌법을 제정한 후 8월 24일 공포하였다. 그리고 제1회 인회를 열어서 교정조직의 구성을 위해서 인회회칙전문(39조)을 심의 결의하고 대종사를 인회의 회장으로, 박대준을 부회장으로 선출하여 인회를 구성하였다. 이어서 인회는 대종사를 재단 이사장으로 선출하고 박대준 등 이사 5명과 감사 2명을 선출하여 재단임원을 구성하였다. 특이하게 제헌총회 동안 매일 대종사가 불교어요해 등 중요한 교법의 강설을 동시에 하였다.

 
(2) 진각종의 성립
심인불교참회원은 헌법을 제정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하였다. 교화단체의 명칭을 변경하고 성격을 규정하는 한편 나아가 재산관리를 위해서 재단법인을 설립하였다. 먼저 심인불교건국참회원의 명칭을 ‘대한심인불교진각종보살회’로 개정하였다. 심인불교라는 포괄적 불교의 명칭에서 진각종이라는 불교의 한 종파로 자리매김하였다. 각성종교(覺性宗敎)로서 참회원에서 불교의 특수한 형태로서 심인불교로 교화의 방편을 심화하고, 다시 불교의 한 종파로서 진각종으로 교화의 성격을 구체화 시켰다. 심인불교는 ‘심인’을 중심 수행덕목으로 ‘공부’하는 불교로서 보편성의입장에서 ‘불교’이지만 특수하게 ‘심인공부’를 중심에 세웠다. 그러나 심인불교라는 명칭은 불교라는 보편성보다는 ‘심인’이라는 특수성을 드러내게 되어서 전래의 불교와 이질적인 인상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다시 불교라는 보편성과 심인공부라는 특수성을 나타낼 수 있는 명칭을 생각하였다. 불교의 전통에서 보편성과 특수성을 아우르는 명칭으로써 종파라는 개념을 수용하였다. 따라서 심인공부를 특수성으로 삼는 종파인 ‘진각종’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이다. 헌법제정 경과문이 그 내막을 기술하였다.
 
“대한심인불교진각종보살회라 칭함은 심인을 독특하게 드러내는 적의(適宜)한 방편이 되어도 대한불교 모든 종파간의 융화를 도모하고 명칭으로부터 오는 종파아(宗派我)를 떠나서 종파성(宗派性)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라고 개칭함이 타당함을 인정하여 단기 4286년 12월 31일 총인회에 상정하여 토의한 결과 개칭을 결의하였다”
 
종파아(宗派我)는 종파분립의 뚜렷한 특수성이 없이 종파를 세우는 것을 말하고, 종파성은 종파로서의 뚜렷한 특수성을 지닌 종파를 세우는 것을 말한다. 종파아로서 종파는 종파간의 분열과 대립을 일으켜서 불교의 발전에 해악을 끼치게 되고, 종파성으로서 종파는 종파간의 분화와 협동으로 불교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게 된다. 불교 종파간에 종파아를 드러내는 것을 우려하여 ‘심인’이라는 개념을 숨기고, 안으로 종파성(宗派性)을 나타내기 위해서 ‘심인’의 의미를 머금고 있는 ‘진각’을 드러내었다. 따라서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교단의 명칭을 개정한 후에도 ‘심인불교’라는 명칭은 통칭으로 계속 사용하였다. 헌법제정은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헌법’ 단행본의 출판으로 마무리되었다(8,1.15). 진각종단은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헌법’을 출판하면서 헌법제정 과정에 논의된 내용을 함께 실었다. ‘진각종보살회헌법’의 서두에는 <무슨 이유로 종파가 나누어지느냐>와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를 세우는 뜻>이란 논설문이 들어있다. 이어서 이원상대원리에 관한 도식을 실었다. 그리고 말미에는 교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불교어요해’를 실어 두었다. <무슨 이유로 종파가 나누어지느냐>는 종파분립의 당위성을 논하면서 불교가 ‘일원통솔(一元統率)’의 교화방편에서 ‘이원전문(二元專門)’의 다양한 방편문을 세워야 대발달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를 세우는 뜻>은 원래 “참회원 세우는 선언”을 몇 차례 수정 보완한 글이다.
 
교화단체참회원 등록 시의 “참회원 세우는 선언”은 심인불교건국참회원 등록 시에 “심인불교를 세우는 선언”으로 수정 보완되고, “심인불교를 세우는 뜻”으로 수정 보완되었다. 그리고 헌법제정과 맞추어서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를 세우는 뜻>으로 수정 보완되었다. 여기서 진각종을 세우는 당위와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전래의 불교가 삼보사불(三寶事佛)과 도상숭불(覩像崇佛)의 일원적 신앙을 주로 하는 반면 진각종은 삼신이불(三身理佛)과 진리각오(眞理覺悟)의 신행을 위주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처님을 섬기고 불상을 숭상하려면 계율을 받드는 수행을 중시해야 하고, 부처님의 법을 따르고 진리를 깨달으려면 인과를 내증하여 육행을 실천하는 수행을 앞세우게 된다. 그 까닭을 이렇게 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일교내(一敎內)에서 여러 부문을 여는 것은 어두운 시대의 통솔적 부문이며 일원주의 부문이며 봉건적 소법(小法)이며 소발달이요, 일교내(一敎內)에서 체용(體用)과 방편이 달라서 이교(異敎)와 같이 분교 되는 것은 문명시대의 자주적 종파이며 이원주의적 종파이며 평등적 대발달이다”
 
불교[일교(一敎)] 내에서 특수성이 없는 종파를 열면 통솔이 되어서 발달이 적고, 교리체계[체용]와 방편[의식과 교화]이 특수한 성격을 가져야 이원전문의 활동이 되어서 불교가 크게 발달하게 된다. 따라서 종파성이 분명한 진각종을 세워서 불교의 대발달을 이루려 하였다. 진각종은 ‘참회→심인→진각’으로 명칭을 개칭하면서 교리와 교화방편을 심화하였다. 진각은 심인이 밝혀진 경지를 일컫는다. 육자진언의 수행을 통해서 참회하고 심인을 밝혀서 이르는 경지가 진각이다. 참회는 수행의 덕목이고 심인은 수행의 대상이라면 진각은 수행의 이상이다. 그래서 심인을 밝혀서 진각을 성취한 중생, 즉 진각인을 진각님이라 불렀다.
 
진각의 경지는 새롭게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법계에 보편적으로 내재하여 있는 경지이다. 그래서 법계에 보편적으로 내재하여 있는 진각의 경지를 ‘법계진각님’이라 불렀다. 그런데 법계에 내재하고 있는 진각의 경지는 곧 중생의 자성(自性)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생의 본성품[자성], 즉 심인을 깨달아서 회복하면 그대로 진각의 삶을 살아가는 진각님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진각은 보편적으로 ‘법계에 충만한 진각의 경지 그 자체’를 일컫기도 하고 개별적으로는 ‘진각의 경지를 체험하는 과정’을 가리키기도 한다. ‘법계에 충만한 진각의 경지 그 자체[본각(本覺)]’는 ‘진각의 경지를 체험하는 과정[시각(始覺)]’을 통하여 ‘구경에 본각과 시각이 불이(不二)한 것을 깨닫게[구경각(究竟覺)]’되는데, 이러한 깨달음의 과정을 통틀어서 진각이라 일컫는다.
 
‘법계에 충만한 진각의 경지 그 자체’와 ‘중생이 내재하고 있는 자성[심인]’은 보편과 특수의 관계로서 각기 법계법신과 자성법신이라 일컫는다. 그리고 법계진각님은 그대로 법계에 충만한 법신이므로 법계법신이라 부르고, 중생의 자성인 심인을 깨달은 경지인 진각님은 자성법신이라 일컬었다. 진각종은 종명을 확정하는 한편 종단의 재산을 관리하는 법인의 명칭을 ‘재단법인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유지재단’으로 정하였다. 그리고 ‘재단법인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유지재단’ 기부행위라는 법(28조)을 만들고 문교부에 재단 설립허가를 신청하고(7,10.28) 다음 해 설립허가를 받았다(8,1.27).
 
유지재단의 목적은 “대한불교진각종보살회 관할 각 지보살회의 심공 및 전교지보살회의 건설, 교육, 구료, 기타 자선사업에 필요한 토지건물 및 설비품 소유관리”라고 명시하였다. 진각종은 교화주관의 종단과 재산관리의 재단으로 이원화하여 선구적 운영체계를 수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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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종 역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