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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계절 변화

밀교신문   
입력 :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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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 무더위의 위세도, 해지는 석양처럼 또 그렇게 물러가고 옷깃을 세워 여미게 하는 서늘한 가을바람에 진한 모과향이 전해오고, 사계절이 있어서 계절 따라 변하는 나뭇잎에 옅게 배인 가을의 정취를 바라봅니다.

 

계절의 변화는 해마다 해마다 찾아옵니다. 나이도 해마다 찾아와 한 살씩 보태어만 줍니다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계절의 변화에 우리의 마음도 감정도 되풀이되는 변화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곧 이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느낄 수 있는 계절의 변화에, 우리는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흐르는 시간과 함께 자신의 모습도 생각도 마음도 변화의 흐름 속에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껴갑니다.

가을이 되면 우리의 마음은 지나온 일 년의 시간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나간 시간을, 변화하는 계절을 돌아보며 멈추고만 있으면 현재에 적응이 힘들어집니다.

 

마음이 멈추어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생각이나 의식이 멈추어 있다면 고여 있는 것입니다. 내 생각이 어제의 생각에 항상 머물러 있고, 고정관념에 묶여 고여만 있다면 결국 변화가 왔을 때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는 이유들이 많이 생겨나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코스모스 꽃잎 하늘거리는 청명한 고운 가을빛은 잠시일 뿐, 차가운 새벽공기부터 기온차가 심해져 우리는 피부로 변화를 알아차립니다. 환절기에 자기 관리가 소홀하면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지면서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신체의 체온 불균형으로 감기에 걸릴 수 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은 나를 자극합니다. 외부의 자극은 자극일 뿐, 반응은 내가 하는 것입니다. 자극을 통해 스스로 안에서 움직여 밖으로 표출되어지는 것이 반응을 하는 나의 모습입니다. 인과로 본다면 주어진 환경, 펼쳐진 현재의 모든 것이 바로 인과인 것입니다.

 

계절의 변화라는 외부환경에서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는 경계를 넘으면 감기라는 한차례 매서운 폭풍이 몰아칩니다. 그럼 스스로 몸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환경을 맞추고 면역력을 키워 스스로를 지켜내어 본성으로 원래처럼 돌려야 합니다.

 

현재라는 시간에 한차례 매서운 폭풍이 몰아칠 때, 습관적으로 내 마음을 먼저 바라보지 않고 마음 밖에 대상, 바깥 경계를 쳐다보고 있지는 않는지...

 

살다보면 나의 생각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빨간 불이 켜질 때가 있습니다. 빨간불이 켜졌을 때, 서두르지 말고 안전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내 마음을 벗어나 있는 밖의 경계를 분별심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마음, 본성으로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는 것은, 결국 먼저 바라보고 살펴야 할 것은 내 마음 안에 존재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본성은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쌓인 먼지를 치우고 가린 구름을 지워 내면을 꼼꼼히 살펴 발심한다면 상대의 얼굴을 보듯 자신을 바르게 볼 수 있는 마음자리가 되어있겠지요.

 

내 삶 속에 펼쳐진 계절은 내가 관리할 수는 있지만, 펼쳐지는 계절의 시기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심어야 할 때가 있고, 추수하여 거둘 때가 있는 것처럼, 현재 펼쳐진 환경이나 상황들이 힘들고 어렵다고 느껴질 때, 지극히 사소하고 조그마한 것을 움켜쥐고 놓지 못해 힘들어 하지 말고, 툭 툭 털고 본질을 알고 넓고 크게 보는 자신의 내면의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관리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매 순간 어떤 생각으로 어떤 얼굴로 어떤 생활습관으로 살고 있는가의 모습이 오늘 자신에게 펼쳐지는 상황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어떠한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먼저 생각으로, 한마음을 먼저 일으켜 모든 인연을 지어갑니다. 내가 생활하고 있는 환경의 분위기는 스스로가 말과 행동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인지하고 의식하는 한마음을 일으키는 힘의 움직임이 법계에 퍼지면 인연 있는 마음들이 움직여 인과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틀에 안주하고 머물러 있기 보다는, 겉포장을 바꾸는 것이 아닌 지금 안으로 숨겨두었던 내 마음을 다른 방법으로 열어 바라보는 내면에서 계절의 변화를 시작으로 현재의 변화를 만들어 갑시다.

 

명선심인당/심정도 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