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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변한다

문윤정(수필가)   
입력 : 2004-05-27  | 수정 : 200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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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대마다 하얀색 꽃을 풍성하게 달고 있는 카모마일 화분이 있어 어둑신한 찻집이 밝게 느껴진다. 행인들의 오고가는 모습을 내다보면서 후배와 차를 마신다. 지나가는 말처럼 "올해는 국수를 먹을 수 있겠지?" 하고 툭 던진 내 말에 후배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서로가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났었는데 그만 남자와 헤어졌다고 한다. "선배님, 사람의 마음이 어쩌면 그렇게도 쉽사리 변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는 그 누구도 못 믿을 것 같아요." 이럴 땐 어떻게 위로를 해 주어야할지 난감하다. '그까짓 거 잊어버려'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심한 말인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철석(鐵石)같이 믿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그 믿음을 저버렸다면서 슬퍼하기도 하고 원한을 품기도 한다. 일체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고 쉼 없이 변하고 있으며, 우리 마음 또한 생멸을 거듭하고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것만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그 마음으로부터 걱정과 슬픔과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음 아파하는 후배에게 그 사람의 어디가 잊을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가지런한 하얀 이빨을 드러내어 웃는 모습이라고 한다. 후배의 마음을 돌릴 요량으로 나중에 틀니를 하고서 활짝 웃어도 그 마음 그대로 좋아하겠느냐고 했더니 후배의 얼굴에는 조금은 자신 없어 하는 미소가 떠오른다. 사람들로부터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예쁜 얼굴에 반해서, 고운 마음씨에 반해서 혹은 유머가 풍부해서 등등 여러 가지이지만, 그런 모습이 변하지 않고 영원히 가는 것도 아니다. 또한 그 모습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조차도 변하지 않고 영원하리라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으랴. 이 세상에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기억한다면, 또한 변해 버린 것까지도 보듬어 안을 수 있다면 그만큼 삶에 대한 고통과 회한이 덜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