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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밀교신문   
입력 :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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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최고온도를 갱신하면서 여름이지만 더워도 너무 덥다할 만큼의 폭염과 열대야현상으로 모두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었던 여름더위는 우리가 평소에 알던 더위가 아니었습니다.

 

가마솥을 달굴 때의 아주 뜨거운 기운처럼 몹시 더운 가마솥 더위’, 여름 낮의 더운 기운인 낮더위’, 여름밤의 더운 기운인 밤더위’, 한창 심한 더위는 한더위’, 삼복기간의 몹시 심한 더위인 삼복더위’, 여름철 가뭄으로 더 덥게 느껴지는 가뭄더위’, 여름이 다 가도록 가시지 않는 더위인 늦더위까지 여름 더위를 표현하는 더위는 다 느낀 것 같습니다.

 

비오듯 쏟아져 내리는 구슬땀에 움직임조차 쉽지 않은 우리 체온보다도 높은 온도를 경험하고 연일 무더운 날씨에 좀처럼 꺾이지 않고 찌는 듯한 여름날은 점차 제법 익숙해지면서 34~5쯤은 잘 견뎌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폭염과 열대야의 지속적인 더위에 에어컨을 틀기 시작하면서 에어컨의 시원함에 몸이 더 적응한 모습이 되어 더위에 약해진 건 아닌지...

 

더위가 한창인 요즘 길을 가다 주택가 담장을 감싸고 길게 늘어뜨린 가지마다 꽃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뜨거운 태양아래 지치는 모습 없이 꿋꿋하게 무더위 속 싱그러운 모습으로 예쁘게 피어있는 꽃이 있습니다.

 

한 여름에 대문 주변이나 담, 고목 같은 곳에 타고 올라가 꽃줄기를 늘어뜨린 모습이 가히 일품인 진한 주황색으로 피는 꽃, 예전에는 드물게 보였지만 요즘은 더운 여름이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꽃, 나팔을 닮았다 하여 외국명은 트럼펫 크리퍼(Trumpet Creeper)’라 불리는 능소화(凌霄花)입니다. 꽃이 한 번에 흐드러지게 피는 게 아니라 계속 피고 지고를 반복하기에 개화 기간 내내, 여름 내내 꽃을 피웁니다.

 

꽃잎이 얕게 갈라져 있어 다섯 장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한 데 붙어 있는 통꽃으로 다른 꽃에 비해 꽃이 상당히 큰 편이며, 가지 끝에서 나팔처럼 벌어진 주황색의 꽃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이 담장을 휘어 감고 밖으로 펼쳐 담장을 곱게 단장합니다.

 

대부분의 꽃은 꽃망울이 맺히고, 거기서 꽃을 피워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낸 후 꽃이 시들해지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능소화는 무더위 속에서 꽃망울을 맺어 꿋꿋하게 꽃을 피우고, 한낮에도 꽃은 시들지 않고 한껏 싱그러운 모습으로 활짝 피어 뽐 낼 때, 꽃이 시들기 전에 그 모양 흐트러지지 않고 그대로 툭 떨어집니다. 바닥에 떨어진 꽃을 보아도 전혀 시들은 꽃이 아닌 활짝 피어있는 상태로 떨어져있습니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미련 없이 활짝 핀 꽃잎을 그대로, 시들지 않는 꽃을 떨어뜨리는 것인지...

 

여름내내 아침마다 많이 떨어져 있고 더 많은 꽃이 피기를 반복하는 능소화는 꽃이 떨어질 때 매일아침 쓸고 치워줘야 함이 당연한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7월 중순 아침 꽃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해마다 여름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꽃이 만발하고 매일같이 떨어져 있었는데...사람도 힘들어 하는 무더위에 능소화도 지쳤나보다 했습니다.

 

3주가량 지난 아침부터 능소화의 붉은 꽃이 본연의 매력을 뿜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년 기온을 되찾으니 꽃피우기를 잠시 멈추고 쉬었던 능소화는 본성으로 원래 일상으로 돌아와, 햇볕 쨍쨍한 여름날 노을 빛깔처럼 또 그렇게 꽃을 피웁니다. 아침마다 꽃잎을 쓸고 치우는 여름 일상이 펼쳐졌습니다.

일상의 모습은 차곡 차곡 내가 선택하고 인연지은 것으로 쌓이고 쌓여서 현재의 내모습으로 펼쳐져 있는 것입니다.

 

내 삶에 가장 영향을 크게 많이 주는 부분은 자신의 성격과 습관입니다. 우리는 몸과 입과 뜻(마음)으로 삼업을 짓고 사는 것이 현실이고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마음 쓰는 방법과 말과 행동이 계속 반복되면 점차 익숙해지고 어느 때가 되면 스스로 자연스럽게 반복됩니다.

 

우리의 삶에도 힘든 시기가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내 삶에서 힘든 시기가 밀려올 때는, 현실에서 마주치는 길이 미로처럼 여러 갈래의 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나갈 방향을 항상 잘 선택해서 걸어야합니다. 한 생각이 일어나면 자신의 성격에 따라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겨집니다. 때문에 생각을 어떻게 하고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 내 삶의 모습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수행을 한다는 것, 수행하는 습관으로 말과 행동, 마음 쓰는 모습들이 계속 반복되면 점차 익숙해져서 실천하는 모습으로 변화된 를 일상에서 보고 있지 않을까요?

 

심정도 전수/명선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