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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그리고 자전거가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밀교신문   
입력 : 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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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로 이사 온 지 석 달이 되어간다. 그런데 경주서 마주하는 낯익은 일상 중 심심찮게 보게 되는 것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다. 언젠가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이반 일리치는 “시, 도서관, 자전거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일리치는 에너지 소비와 속도지상주의에 대한 경종으로 행복한 사회는 오직 자전거의 속도로만 가능하다고 말했으며,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고까지 역설했다.
몇 해 전부터 경주도 젊은이들 사이에 입소문과 함께 매스컴에도 보도가 되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황리단길이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경주시가 유적을 개발한다는 이유로 많은 경주 시민들이 오랫동안 삶의 터전이었던 집들이 일제히 철거가 되었고, 그곳에 새롭게 들어선 것이 황리단길이다. 산업자본의 물결이 여기저기 급물살을 타고 관광지가 되면서 정작 경주서 정착해 사는 정주민들은 어디에도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아무 데나 버려진 쓰레기와 무단불법 주차 때문에 오늘도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의 관광개발에 따른 발전이 진화와 진보사이의 아이러니만큼이나 설명하기 어렵다. 진화가 생물학적인 자연법칙이라면 진보는 정신적 가치와 인문학적, 역사적 가치를 얘기하는 것처럼 양자 사이의 접점을 진보냐 진화냐를 따지는 것은 무모하고 모순된다. 어쩌면 애초에 진화가 진보를 함축하고 있었던 것처럼 지금의 발전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혼란스럽다.
그러나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황리단길이 조성되면서 희망적인 대안으로 속속들이 독립서점 즉 동네책방이 책방주인의 생각과 주제를 담은 개성의 키워드는 ‘생각하는 책방’이란 사실에 있다. 대행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저마다 문화공간으로서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얼마 전 전수님들과 황리단길을 걸으며 눈으로 직접 체험하고 확인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동네책방에 가득 들어차 있었다. 특히 문학 서적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중에도 눈에 띌 정도로 시집이 많이 꽂혀 있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책방 주인이 고객과 상담을 통해 취향에 맞는 책을 선정해 처방을 하고 책을 권하고 있다는 것. 나는 오래전부터 나름대로 교화의 방향을 정했었다. 첫째 불공(기도)하는 심인당, 둘째 봉사하는 심인당, 셋째 독서하는 심인당이었다. 늘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기를 서원해왔다. 지역사회 곳곳에 생활불교와 생활독서가 생명처럼 체질화되어 뿌리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든지 걸어서 20분 이내에 법당이 있고 법당 주변에 책을 접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공적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적영역의 공간으로서의 법당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홍원심인당은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 빈 컨테이너를 활용한 동네책방으로서의 역할, 마을 주민 누구나 와서 들렀다 갈 수 있는 ‘영혼의 쉼터’로 거듭날 수 있다. 애써 홍보와 설명은 따로 필요치 않다. 누구든 와서 힘들고 어려울 때 위안을 받고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뿐 굳이 포교를 해야겠다는 생각 없이도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홍원심인당 교도의 절반이 아름다운 이동수단인 자전거를 이용해 심인당에 나오고 있다. 어느 도시에서도 보기 드문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이다. 자전거는 자동차의 폐해인 생태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건강한 이동수단이자 교통수단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반 일리치가 시와 도서관과 자전거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는 홍원심인당이 자리한 이 경주에서 무한한 자원과 영성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지속가능한 미래를 자전거를 타고 10분 안에 동네 책방을 갈 수 있는 마을을 꿈꾼다. 누구의 말이었던가 행복 도시를 정의하는 기준을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라고. 분명 경주는 행복도시의 가장 대표적 도시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라 천년고도를 천천히 걷고 또 걸으며 원효와 요석공주가 사랑을 나누었던 월정교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꿈꿔본다. 내일은 내게 딱 맞는 자전거 한 대를 구입해야겠다. 진정한 경주 시민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자전거 타기는 필수조건이다. 부산에 살면서 회를 먹지 못하면 부산 시민이 아니 듯, 경주에 살면서 자전거를 타지 못하면 경주시민이 아니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어진다.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