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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사람들 17-빗속에서 더욱 빛나는 천년 빛의 물결 연등행렬

편집부   
입력 : 2018-06-18  | 수정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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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 있는 종로거리, 숨을 쉬기도 어려웠던 꽉 막힌 종로거리가 모처럼 뻥 뚫렸다. 버스정류장과 거리포장을 위한 24시간 교통통제로 2018년 연등회 연등행렬이 예년보다 일찍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날씨가 도움을 주지 못한다. 24년 만에 매몰차게 내리는 비로 인해 축제를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여러 참가단체들과 사찰들, 우리 스태프들, 그 밖에 많은 자원봉사자들 모두 거센 빗속에서도 밝은 얼굴로 축제를 준비한다. 또한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관람석에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기대감과 설레임이 보인다. 아마도 곧 종로거리를 밝힐 10만 등(燈)물결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보여지는 표정일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열흘 앞두고 올해도 세상을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로 가득 채울 세계인의 축제 연등회의 꽃인 연등행렬의 막이 올랐다. 불자들의 지극한 불심을 모아 만든 행렬등의 물결이 종로거리 모두의 마음을 밝히고 있다. 해마다 연등회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필자도 항상 거리에 설 때 마다 가슴이 떨린다. 아마도 등 하나하나의 담긴 정성의 마음이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연등행렬의 묘미는 바로 눈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환상적인 등(燈)의 물결이다. 우리고유 한지 속에서 비추어지는 독특한 빛깔과 우리 옷 한복의 색감이 하나로 어우러져 알록달록한 색의 파도를 만들어낸다. 웅장하고 화려한 장엄등은 보기만 해도 저절로 환희심이 나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행렬등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올해 연등행렬은 빗속이지만 많은 불자들이 하얀 우비를 쓰고, 행렬등에 비닐을 씌워가며 어렵게 완성해주었다. 또한 비 오는 종로거리 관람석에서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의 얼굴 표정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비록 많은 비가 내렸지만, 우산이나 우비를 입고 관람석 현장을 지키고 있는 관람객들 역시 연등행렬에 큰 힘을 보태주었다. 가지각색으로 등을 들고 연등행렬을 기다리고 있으면서 기대의 미소를 현장에서 바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연등행렬의 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올해 봉축표어는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 이다. 지혜는 등불의 밝음을, 자비는 밝은 등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의미한다. 즉, 밝은 부처님의 말씀과 따뜻함의 마음으로 온 세상을 차별없이 보살펴서 모든 중생들이 함께 살아가며 세상을 아름답게 하자는 의미이다. 마치 연등의 물결이 종로 거리를 환하게 밝혀주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올해는 남북이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들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연등행렬은 그 어느 때 보다 의미가 있었다. 남북교류의 상징적 의미로 북한등(燈) 19점을 복원하여 행렬에 참여했다.

불교계는 최근까지도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 등의 일로 자주 왕래를 하였기에 북한등을 복원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분단의 세월이 오래 흘렀고, 서로가 떨어져 있었지만, 북한등에서 받는 느낌은 익숙하고 친근함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팔모등, 사자등, 물고기등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았다. 이런 전통등의 친근함처럼 남과 북의 교류와 소통이 계속되기를 기대해본다.

저녁 7시부터 이어졌던 연등행렬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진정한 거리 축제인 회향한마당이 한국의 전통연희인 농악놀이로 시작되었다. 특히 회향한마당의 후반부에는 많은 시민들과 외국 관광객들, 연등행렬을 이끌었던 연희단들이 함께 꾸미는 강강술래와 대동놀이가 펼쳐지는데, 국적, 종교,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손을 맞잡기도 하고,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며 기차놀이를 하면서 신명의 한마당을 만들어가고 있다. “멍석을 깔아 놓으면 하던 짓도 안한다.” 라는 속담도 있듯이, 초창기 회향한마당에서는 오히려 외국인들이 중심에서 신나게 놀고, 시민들은 주변에서 관람하는 모습이었다.

분명 흥과 끼가 많은 민족인데, 표현하는 방식이 서투르고, 대중 앞에 나서기가 쑥스러웠던 것이다. 이에 전체 율동연습 시간에 연희단을 교육시키고, 교육된 연희 율동단이 시민들을 이끌었다. 이제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고, 작년부터 연등놀이에서는 우리 곡을 EDM(Electronic Dance Music) 리듬으로 편곡하여 더 신나게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한 실험도 해보고 있다. 1년에 한 번 차들이 다니지 않는 종로거리에서 꽃비를 맞으며 모든 걱정과 근심을 날려버리는 우리 문화에 참여해 보기를 권해본다.

올해 행사를 마치고 법당에 들러 부처님께 소원 한 가지를 빌었다. 동국대학교 운동장에서 출발하는 연등행렬의 종착지가 종각 사거리(조계사)가 아니라 판문점, 개성을 지나 평양에서 회향한마당의 판을 벌이고 싶다고 말이다. 평양 하늘에서 내리는 꽃비를 맞는 생각을 하며 저절로 흐뭇해 진다.


이상종/공연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