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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법문 32-말은 마음의 소리

편집부   
입력 : 2018-06-18  | 수정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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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먹자.”  살면서 한번쯤은 해 본적이 있는 말이지요.

어쩌다 마주친 사람과 헤어질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인사치레 말입니다.

대부분 빈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은 이 말이 빈말인 것을 모르고 실제 연락을 기다리다 실망하거나 당황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무심코 했던 말 한마디를 진심으로 알아들은 사람 때문에  매우 난감한 일을 겪은 사람의 에피소드입니다.

외국에 나간 한국인이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친해진 후 헤어질 때 “언제 한국에 오면 연락해”라고 작별인사를 했답니다. 그 후 얼마 뒤 출입국 사무소에서 연락이 와 갔더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사람이 가족까지 데리고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지인이 있는데 오면 연락하라고 했다면서 연고자로 자기를 찾았다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을 겪은 것입니다.

우리가 인간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빈말을 하는 까닭은 순간을 모면하려는 사회적 습관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습관을 바꾸려면 말하는 습관을 바꾸든지 자신이 한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이 필요합니다.
어려운 숙제를 하듯 습관적으로 하는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힘이 듭니다. 그러나 빈말도 계속하면 거짓말이 되므로 자신이 말하는 습관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대구 낙산, 선륜심인당 두 번의 교화지를 거쳐 경주 선혜심인당에서 교화를 할 때입니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에 대구에서 경주까지 불쑥 한 보살님이 찾아 오셨습니다.
직장에 출근했다가 마침 오전 수업만 있던 터라 점심시간과 오후시간을 이용해 방문한 보살님은 깜짝 놀라는 저를 보고 “전수님, 이제 약속을 지켰어요. 종단 행사 때 전수님을 뵐 때 마다 <한번 찾아 뵐께요.>라고 말씀만 드렸는데, 문득 염송 중에 ‘그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승님께 빈말만 하는 자신이 실천 없이 말만 앞세우는 사람 같아 너무 싫었어요.”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데 십년 넘는 시간이 걸린 보살님은 바쁘게 차 한 잔만 하고 곧 대구로 가셨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가슴에 기쁨으로 남았습니다.

말은 마음의 소리입니다. 말은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말은 말처럼 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말을 뱉는 사람은 말로 인해 자신이나 상대의 운명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회당 대종사의 말씀을 담은 실행론에도 “웃으며 붙인 말끝에 ‘죽겠다, 못 살겠다, 속상하다’는 소리가 나중에 자라서 한꺼번에 과를 받게 한다. 마치 대나무가 아무 곳에서 마디가 생겨나지 않듯이 속상하다는 소리가 자라서 나중에는 오장에 염증이 나는 병이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장난삼아 농담으로 한 말이 진짜 그대로 된다는 뜻의 ‘농가성진(弄假成眞)’이란 말처럼 말이 씨가 되어 정말 말한바 대로 그 열매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씨’라고 하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자식에게 “망할 놈” 이라거나 딸이 말을 안 듣는다며 “너도 나중에 결혼해서 똑 너 같은 자식 낳아 길러봐라”, “남편 복 없는 년이 어떻게 자식 복이 있겠어.” 라며 자식에게 함부로 말하는 부모와 그 말을 들은 자식은 말 그대로 불행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무의식적, 습관적으로 하는 생각이 말로 뱉어져 상대에게 상처와 응어리가 되어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고 심지어 생명을 포기까지 하는 무서운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옛 선지식은 “입은 재앙의 문이니 더욱 엄하게 지켜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기에 말을 생각 없이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한 말을 심은 밭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언행자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진실한 말을 하고자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원망하고 불평하는 말, 미움과 질투하는 말의 씨를 잡초 뽑듯 뽑아내고, 사랑과 감사의 말, 위로의 격려의 말, 신념과 용기의 말의 씨앗들을 뿌리면 그런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말은 곧 자신의 인품을 드러냅니다.
품(品)은 입구(口)자가 세 개 모여 있듯이 말이 쌓이고 쌓여 자신의 품격이 되는 것이지요. 마음에 없는 말은 아무 힘도 주지 못합니다.

빈말을 참말이 되게 하는 실천이 진언행자의 인격완성이며, 공부가 되는 것입니다.

심법정 전수/유가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