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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들여다보는 경전16-계를 지키다

편집부   
입력 : 2018-06-01  | 수정 :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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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지키는 일, 계를 깨는 일

가난하기 짝이 없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에게는 그저 딱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었습니다.

“제발 저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기를 12년. 마침내 기도가 통했습니다. 하늘이 그의 정성에 감복하여 그에게 병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이 병에 대고 말하면 네가 갖고 싶은 것이 다 나올 것이다. 그러니 이 병을 잘 간직하거라.”

남자는 반신반의하면서 병에 대고 바라던 것들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궁전 같은 집이며 멋진 자동차, 값비싼 보석들이 그가 말할 때마다 병에서 튀나왔습니다. 그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됐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를 찾아와 물었습니다.
“그토록 가난하던 당신이 어떻게 이렇게 큰 부자가 됐습니까? 그 비결을 가르쳐 주십시오.”
남자는 하늘이 내려준 병을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이 병에서 다 나왔습니다. 그래서 부자가 되었지요.”
“믿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그런 병은 없습니다.”
그러자 남자가 손님이 보는 앞에서 병에 대고 재물을 외쳤고, 손님은 자기 눈앞에서 벌어지는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손님의 모습에 우쭐해진 남자는 병 위에 올라가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병은 남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버렸습니다. 병이 깨지자 병에서 나왔던 온갖 물건들이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남자는 다시 예전의 가난하기 짝이 없던 모습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대지도론> 제13권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마법의 병을 갖는 것은 계를 잘 지키는 것을 뜻하고, 마법의 병이 깨지고 다시 가난뱅이가 되어버린 것은 계를 깬 것을 뜻합니다. 즉, 계를 지키면 자기가 원하는 것은 뭐든 얻는다는 말입니다. 하늘이 마법의 병을 내려주면서 ‘잘 간직하라’고 당부한 것은 소망을 이루고 싶으면 계를 잘 간직하라, 즉 계를 잘 지키라는 뜻입니다.

계를 잘 지킨다는 것은 엄격한 계율에 얽매이고 속박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전을 읽어보면 계를 잘 지키면 바라는 것을 다 이룰 수 있고, 그래서 어떤 것에도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게 대할 수 있으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대지도론>에는 계율과 관련해서 아주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중에서 계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계는 커다란 창고 속에서 온갖 진귀한 보물이 끝없이 나오는 것과 같으니, 모든 중생이 누릴 온갖 즐거움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계는 백전백승하는 위대한 군대와도 같아서 중생의 든든한 보호처가 되어주어 온갖 두려움을 없애주기 때문입니다. 셋째, 계는 화려한 장식품으로 몸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과 같으니, 계를 지니면 그는 아름답고 위엄이 넘쳐흐르기 때문입니다. 넷째, 계는 생사의 넓은 바다를 건네주는 거대한 배와 같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계는 온갖 보물을 열반성으로 실어주는 커다란 수레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계는 번뇌라는 병을 없애주는 명약이기 때문입니다.
일곱째, 계는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내려가다 만나게 되는 축축하게 젖은 흙과도 같습니다. 그처럼 계는 그 사람 곁에서 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근심을 없애주는 선지식이기 때문에 계를 지켜야 합니다. 여덟째, 계는 자식을 잘 키우는 부모와 같아서 그 사람의 모든 행위를 이롭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아홉째, 계는 열반의 경지로 인도하는 지혜의 사다리이기 때문입니다. 열째, 계는 동물의 왕 사자와 같아서 계를 대할 때 온갖 번뇌가 겁먹기 때문입니다. 열한째, 계는 출가의 정수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열두째, 계는 바라는 것을 다 이뤄주는 여의주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계에는 이렇게 열두 가지 덕성이 있으니 계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자신에게 이로운지는 자명합니다. 그리고 또 이런 시도 실려 있습니다.

무거운 병에 걸렸을 때는 계가 명약이 되고
두려움에 휩싸여 꼼짝하지 못할 때는 계가 지켜 주네.
죽음의 어둠 속에서 계가 환히 불을 밝혀주고
험한 길을 걸을 때에는 계가 다리가 되며
죽음의 바다를 건널 때는 계가 큰 배가 되네.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계를 지키라고 하는 것은 이익을 얻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오계를 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살면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흰 눈처럼 순결하고 고결하게만 일생을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세속의 한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계를 잘 지키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계를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대지도론>에 따르면, 계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무덤과 같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즐겨 찾지 않기 때문입니다. 계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또한 말라죽은 나무와 같다고 말합니다. 온갖 공덕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계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바싹 말라버린 우물과 같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계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모두가 피하는 독사와도 같고, 난파선과 같으며, 모두가 꺼리는 토사물과도 같다고 말합니다.

또한 아무리 단정하고 근엄하게 가사를 갖춰 입었다 해도 그가 계를 깼다면, 그건 마치 잠든 사람들 틈에 있는 시체와 같다고 까지 말합니다. 심지어 계를 깬 사람이 승복을 입고 있으면 그건 뜨겁게 달아오른 쇳조각을 몸에 두른 것과 다르지 않고, 계를 깨고서 발우를 지닌다면 뜨거운 쇳물을 가득 받은 것과 같으며, 계를 깨고서 발우에 밥을 받아먹는다면 시뻘겋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삼키고 뜨거운 쇳물을 마시는 것과 같으며, 계를 깨고서 사람들의 공양을 받는다면 지옥의 간수가 지켜보게 될 것이며, 계를 깨고서 절에 들어간다면 대지옥에 들어가는 것이며, 계를 깨고서 대중 가운데 법좌에 앉는다면 결국 그는 달아오른 쇠걸상에 앉게 되리라고 경고합니다.

재가자든 출가자든 자신에게 주어진 계를 지켜야만 합니다. 특히나 수행한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도 더 엄격하게 자신이 계를 지키고 있는지를 늘 살피고 또 살펴야 합니다. 사느라 어쩔 수 없이 잘못을 저지르는 세속 사람들과 달리 수행자는 엄격하게 자신을 단속합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사람들의 존경과 공경, 공양을 받습니다. 수행자라면 목숨을 지키듯 계를 지켜야 하며, 계를 어기고도 참회하지 않고 가사를 입고 사람들의 공양을 받으며 법좌에 오른다면 그는 부처님도 구제하지 못하는 대지옥에 떨어지리라는 것이 불교문헌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말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슬슬 궁금해집니다. 우리가 살면서 지켜야 할 계가 어떤 것인지 말이지요. 거기에는 여덟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다른 생명을 괴롭히거나 해치지 않는 일입니다. 둘째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훔치지 않는 일입니다. 셋째는 그릇된 애정관계를 맺지 않는 일입니다. 넷째는 있는 그대로 사실 대로 말하는 일입니다. 다섯째는 다른 사람들의 화합을 깨지 않는 일입니다. 여섯째는 거친 말을 하지 않는 일입니다. 일곱째는 과장해서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덟째는 술에 취하지 않고 깨끗하게 생활하는 것입니다.
이 여덟 가지 항목을 보고서 어떤 이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 아는 것 아냐? 그런데 계율이라고 해서 좀 멋진 걸 말하는 줄 알았는데 기껏 살생하지 말고 거짓말하지 말고… 너무 소박해! 소박하다 못해 좀 유치하기까지 한 걸.’
이런 생각도 일리는 있습니다. 이 여덟 가지 조항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윤리입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이 여덟 가지를 지키지 못한다면, 누구나 지켜야 마땅할 이런 조항을 지키지 못한다면 과연 그 사람은 쓸모가 있을까요?

부자가 되고 명예와 권력을 얻고 싶으면 계를 지켜야 합니다. 부와 명예와 권력 같은 것은 부질없는 것이니 해탈열반의 경지를 얻기 위해 수행하겠다고 나선다면 그 역시 계를 지켜야 합니다. 세속의 행복을 채워주는 마법의 병이 바로 계요, 해탈열반의 경지로 오르게 하는 사다리가 바로 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세상에는 어지러운 일들로 가득합니다. 사람들을 그럴 때면 종교에 길을 묻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행복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일러줘야 할 사람들이 종교인인데, 계를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세상을 더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은 파멸로 마침표를 찍게 될 것입니다.

삽화=마옥경

이미령/불교방송 FM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