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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노인들의 초상화

황진수(한성대 교수)   
입력 : 2004-04-28  | 수정 : 200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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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치인이 노인들보고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를 했다가 혼쭐이 난 모양이다. 60∼70대 노인들이 결속해서 야당을 찍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이 나라에 살고있는 노인들은 정말로 고생한 분들이다. 왜정시대 태어나 식민지체제에서 혹독한 고생을 하고, 전쟁이 터졌을 때 총을 들고 싸운 세대요, 이 나라의 건국과 경제발전에 초석을 놓은 장본인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5천년의 역사에서 가장 힘든 시절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노인들은 자식들 교육시키고 생활하다보니 어느새 늙어버린 세대이다. 노후준비가 되어있습니까 라고 물어보니까 대개 75%정도가 노후준비가 안되어 있단다. 초등학교 학생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무엇 하는 사람이냐고 질문하니까 '집 지키는 사람'이라는 대답이 제일 많이 나왔단다. 또 우리의 노인들은 62%정도가 한 달에 10만원 미만의 용돈을 쓰고 있을 정도로 가난하다. 어떤 노인은 "나는 우리 집에서 5등 인생이야. 1등은 며느리, 2등은 아들, 3등은 손자손녀, 4등은 개, 나는 5등이야. 아들, 며느리가 나갈 때 개밥은 주고 나가면서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어"라는 신세한탄을 한다. 약간 거친 표현이긴 하지만 노인들의 현주소인지도 모른다. 과거 100년 전의 노인은 유교적인 테두리 속에서 공·맹사상의 울타리가 있었고 앞으로 100년 후 이 땅에 살아갈 노인들은 서구의 과학적이고 물질적인 분위기에서 삶을 영위할 것이다. 그러면 오늘날 한국의 노인들은 동양적인 사고의 틀 속에서 서구의 생활리듬을 가지고 있으니 어쩌면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가장 어려운 세대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매일 580명의 노인이 탄생하고 있다.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는데 노인을 위한 국가정책은 자녀에게 '효도를 해라'라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그러나 자녀들은 효도를 할 수 있도록 정신적, 물질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노인복지를 위한 국가의 획기적인 정책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