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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부처를 잘 모셔야지

문윤정(수필가)   
입력 : 2004-04-12  | 수정 : 200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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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공양이 끝나고, 법우들과 모여 앉아 차를 마셨다. 한 법우는 남편이 회사에서 퇴출당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법우들도 이구동성으로 앞날을 걱정했다. 시작하기 쉬운 포장마차라도 할까, 어렵더라도 가게를 얻어 식당을 하는 것이 나을지 우리들은 농담과 걱정을 뒤섞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우리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연세 지긋한 법우님이 입을 열었다. 젊은 시절에 너무도 가난하여 안 해 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작은 가게를 하나 얻어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경험이 없어 그것도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점쟁이가 지나가면서 관상을 봐 주었다. "당신은 식당을 하면 금방 부자가 되겠어. 그런데 애인이 생기겠네." 이 말을 들은 한 젊은 법우가 "와! 일석이조네. 돈도 벌고 애인도 생기고…"라고 하자 노법우님은 뜻밖의 말을 하였다. "그것이 무슨 일석이조야. 망할 징조지. 돈이 아무리 많아도 가정이 파탄나면 아무 소용없어." 점쟁이의 말을 전면적으로 신뢰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말을 듣고서 식당을 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어버렸다고 한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서 쉽게 가정이 해체되거나, 파탄이 나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가정이 파괴되는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인 것이었다. 가정이란 돈으로써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믿음으로 유지되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언제부터 경제적으로 풍족해야 만이 가족의 결속이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매스컴에 소개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서글퍼진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해 지더라도, 세상 이치가 경제원리로 결정지어진다 하더라도 가정이라는 작지만 숭고한 그 울타리는 물질의 논리가 통하지 않기를 소원한다. "돈도 뭐도 다 소용없고 가정이 제일 우선이야. 그리고 집에 있는 부처를 잘 모셔야지." 울림 가득한 노법우님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