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사람들16-천년을 이어온 빛과 신명의 축제 “연등회”

편집부   
입력 : 2018-04-16  | 수정 : 2018-04-16
+ -

봄을 더욱 더 아름답고 화려한 빛으로 수놓는 축제가 시작된다.

축제는 모두 하나가 되어 기쁨을 나누고, 슬픔을 위로하며, 흥을 돋우고 함께 즐기는 행사이다. 그 안에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미래의 희망을 주는 것이 축제의 의미이고, 그런 우리들의 삶이 곧 축제라고 말할 수 있다.

국내에는 계절별로 지역별로 수많은 축제들이 있다. 따뜻한 바람이 겨우내 잠들었던 꽃망울을 활짝 피우는 이맘때면 봄을 더욱 더 아름답고 화려한 빛으로 수놓는 축제 준비가 시작된다. 바로 천년을 이어온 빛과 신명의 축제 ‘연등회’(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이다. 국내 축제들 중에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제이자 불교문화축제를 대표하는 대규모 축제이다. 또한 4월초 문화재청은 유네스코에 연등회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신청을 했다고 한다.

연등회는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그 뜻을 기릴 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 전통과 문화를 만들어가고, 남녀노소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점에서 특별한 문화축제라고 할 수 있다.

연등회와 불교문화 공연기획자로 활동한지도 벌써 20여년이 되었고, 그동안 수많은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해 온 필자에게 연등회는 특별하고 소중한 인연이자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연등회를 만들고 준비하는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열정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연등회는 신라시대에 시작되어 고려시대에 국가행사로 자리 잡아 시대의 흐름에 변화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은 불교계 뿐 만 아니라 일반시민들이나 외국인들까지 즐기고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말 그대로 국민적인 문화축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저마다 燈을 들고 거리를 밝히며 이동하는 제등행렬은 연등회만의 특징이자 외국인들의 눈에는 신기한 문화체험으로 우리에게는 전통을 이어가는 의미가 있다. 燈은 어둠을 환하게 밝히는 것이고 세상을 밝히는 의미가 있다. 지금은 개성 있고 다양한 모양의 燈을 만들지만 예전에 燈은 연꽃모양으로 만들었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적인 꽃으로 탁한 연못에 살면서 맑고 향기로운 꽃을 수면위로 피우는 것처럼 우리가 혼탁한 세상에 살면서도 얼마든지 깨달음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희망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혼탁하고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연꽃의 상징이자 연등회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연등회는 어울림마당, 연등법회, 연등행렬, 회향한마당, 불교문화마당, 연등놀이 등 다양한 테마로 문화축제와 불교전통을 어우르고 있다. 그 중 동국대학교 교정에서 펼쳐지는 어울림마당과 연등법회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동국대학교 운동장으로 올라갈 때 알록달록 한복을 입고 줄지어 학교 비탈길을 걸어가는 모습과 뜨거운 태양아래 더위도 아랑곳 않고 운동장 관람석을 가득 메우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바로 연등회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고 이것이 불교의 힘이라는 생각을 한다. 매년 보는 모습에 새삼스러울 것 없을 것 같은데, 매번 가슴 벅차 오르는 감동과 환희심을 감출 수가 없다. 푸른 하늘 아래, 녹색 잔디 위에 형형색색 예쁘게 한복을 입고 연꽃燈을 들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부처님오신날의 뜻을 기리는 어울림마당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어울림마당의 흥겹고 신나는 축제의 중심에는 우리의 희망이고 불교의 미래인 귀엽고 깜찍한 어린이, 청소년불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어린친구들의 연희율동을 보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고 저절로 미소 짓게 되며 역시 미래불교를 위해서는 우리 어린이 청소년 포교가 정말 중요하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어울림 마당을 흥겨운 축제분위기로 만들며 연등회의 숨은 공신인 연등 연희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연등회 보존위원회에서 만든 그해의 연등 율동곡에 따라서 신명나는 율동을 발표하는데 등단 연희단은 전문적인 무용수들이 아니라 각 사찰에 다니는 평범한 신도들이다. 연희단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자기 자신의 시간을 내어서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연습을 해서 연등회 어울림마당에 참석을 하고 있다.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해마다 참가하여 열심히 뒤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 연등회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고, 그들의 뜨거운 열정과 숨은 공로에 늘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울림마당은 다섯 개의 등단으로 나누어져 있고 등단별 율동이 끝나면 수 만 명의 사람들이 다함께 연등회 전체 율동곡에 맞추어 춤을 추는데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조금 서툰 동작과 박자가 맞지 않아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그 모습은 각 세대와 남녀노소를 떠나서 모두가 하나 되고 함께하는 모습이 어느 축제에도 찾아볼 수 없는 연등회만의 특별하고 독창적인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연등회의 또 다른 특징은 축제음악 개발이다. 초창기에는 대중가요에 맞추어 춤을 추고 연희단 입장식도 하였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리만의 축제음악의 필요성이 절실해졌고, 2005년 연등음악을 발표하면서 지금의 축제음악으로 발전해 왔다.

연등음악의 특징은 흥에 겨워 어깨춤을 들썩이는 흥겨움과 전통악기를 이용한 국악적 편곡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가락과 현대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연등음악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세대 간의 화합과 계층과의 조화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꽃이 피듯 연등에 불이 켜지면 온누리 빛을 발하는 등불과 신명의 축제로 우리 모두에게 감동과 행복을 줄 것이다. 전통을 이어가고 문화를 녹여내는 대한민국 대표축제에서 나아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더욱 더 발전해 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상종/공연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