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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사람들 5-네부타 축제

편집부   
입력 : 2017-03-31  | 수정 :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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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을 뜨겁게 달구는 화려한 ‘불(火)의 축제’

‘축제의 나라’라고 불리는 일본은 지역마다 수많은 축제가 있고 다양한 전통과 개성을 자랑하는 축제들이 일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일본인들의 크고 작은 축제들은 그들의 전통이자 생활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많은 축제들 중에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축제는 아오모리(靑森)현에서 열리는 한여름 밤 등불의 향연 ‘네부타 축제’ 였다. 아오모리(靑森)는 일본 혼슈(本州)의 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호수가 인상적인 청정 자연의 도시이다.

젊은 친구들에게는 인기 드라마 촬영지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오모리하면 한여름을 뜨겁게 달구는 화려한 ‘불(火)의 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20년 전쯤 네부타 축제를 처음 보러 아오모리에 갔을 때 주변의 거대한 원시림과 울창한 숲에 놀랐지만, 생각보다 작은 도시에 살짝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년 350만여명이 참가하는 축제의 도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17세기 도시로 발전 될 무렵부터 네부타 축제가 시작되었다고 전해지지만, 아오모리에서 축제가 시작된 연도는 정확하게 알려지고 있지 않다. 18세기에 와서 본격적인 여름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네부타의 어원은 졸리다(네무이), 자고싶다(네무타이)라고 전해진다. 1958년 ‘네부타 축제’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하게 되면서 아오모리현의 공식적인 축제행사가 되었다.
축제의 유래는 중국에서 칠월 칠석에 인형 등(燈)을 태워 강물에 떠내려 보냈던 풍습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아오모리에서 네부타를 만들어 태운 뒤 강물에 흘려보내는 의식이 생겼고, 지금의 축제의 형태로 발전했다고 한다.
축제의 마지막날 네부타를 바다에 띄우는 해상운행이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의식이다. 예전엔 액운을 태워 버리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물에 띄운 네부타를 전부 태웠다고 하는데, 지금은 네부타를 태우지 않고 전시관에 보관한다.
1년 동안 공을 들여 만든 예술작품이 소실되는 것이 아깝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네부타를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네부타 축제는 한여름의 무더위와 졸음을 쫓고 농작물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1980년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일본 주요 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지금의 유명한 축제로 자리잡기까지 두 번 중단 되었던 어려움도 있었다. 메이지시대에 ‘네부타 금지령’이 내려져서 9년간 축제를 열수 없었고, 2차 세계 대전 중에도 축제를 즐길 수 없었다.
축제는 매년 여름 8월 2일부터 7일까지 엿새 동안 열린다. 센다이(仙臺)의 다나바타(七夕) 축제와 아키타(秋田)의 간토(竿燈) 축제와 함께 도호쿠(東北)지역을 대표하는 3대 축제 중의 하나로 일본 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축제 기간에는 숙소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 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축제의 중심이 되는 커다란 등을 ‘네부타’ 라고 부르는데 나무와 철사를 이용하여 만든 골조에 종이를 붙이고, 그 안에 전등을 설치한 등불을 수레위에 올린 형태이다. 이렇게 제작한 거대한 네부타들은 하네토(수레꾼)들과 어우러져 끊임없이 이어지며 어두운 밤거리를 화려하게 빛내고 있다.
네부타는 주로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 속 인물을 소재로 활용하는데, 규모가 큰 것은 높이가 20m를 넘기도 한다. 네부타에 자주 등장하는 장수들의 무서운 표정은 너무 리얼하여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고, 그 커다란 네부타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역동감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네부타 축제는 아오모리(靑林) 시, 히로사키(弘前) 시, 고쇼가와라(五所川原) 시에서 각각 열리는데 아오모리시의 네부타 축제가 가장 크고 유명하다. 세 지역 네부타 축제는 비슷한 시기에 열리기 때문에 각각 다른 분위기와 개성 있는 세 가지 색깔의 네부타를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아오모리의 네부타는 뛰어난 입체감을 자랑하며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뛰어나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고 지정석을 예약해서 편하게 축제를 관람 할 수 있다.
히로사키는 다소 작은 규모이지만, 화려하고 섬세한 그림을 그려 넣은 부채모양의 등이 많다. 작지만 개성이 넘치는 등(燈)이 많아서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일정상 방문하지 못했던 고쇼가와라는 ‘다치네부타’ 라 불리는 높이가 20m가 넘는 어마어마한 높이의 무게는 17톤에 이르는 네부타를 볼 수 있는데, 실제 건물 7층 높이라고 하니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네부타 마츠리의 주요 내용은 거대한 네부타를 끌고 지정된 코스를 따라 퍼레이드 하는 것이다. 화려하고 거대한 네부타의 퍼레이드도 축제의 큰 볼거리지만, 하네토(수레꾼)들의 화려한 의상과 전통악기의 연주에 맞춰서 춤을 추는 것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축제 의상만 입으면 누구나 축제에 참가할 수가 있고, 축제 의상은 상점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축제 퍼레이드 코스를 따라서 임시로 만들어진 지정석 자리에는 가족단위로 음식을 먹으면서 느긋하게 퍼레이드를 즐기는 방법도 있다. 여건상 축제 기간 내에 방문하지 못했다면 ‘와랏세’전시관을 찾는 방법도 있다. 아오모리 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빨간 나무판을 이어 붙인 듯한 예술적인 건물이 ‘와랏세 네부타의 집’ 이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고 천천히 둘러보면서 네부타 축제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는 네부타 축제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으며, 대상을 받은 네부타의 전시와 축제의 역사와 전통을 소개하고 축제에 관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하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예전에는 주민들이 직접 힘을 모아 네부타를 만들었는데 전통적인 제작방식은 대나무로 골조를 만들고 촛불로 조명을 달았다고 한다. 1950년대 이후에 철사와 전등을 사용하며 더욱 섬세하고 화려한 작업이 가능해 졌고, 규모가 커지면서 전문적인 기술자들인 네부타사들이 더욱 멋지고 화려한 네부타를 제작하게 되었다. 네부타의 제작기간은 평균 3개월 가량 소요되는데, 미리 구상하고, 완성된 네부타는 축제를 기다리며 보관되었다가 축제일이 다가오면 일반에 공개되며 축제가 시작되게 된다.
축제날을 위해 일년을 기다린 사람들처럼 열심히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일본인들을 ‘마츠리(축제)의 국민’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게 됐다. 축제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내는 것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고, 그렇게 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축제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상종/공연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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