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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사람들 4-교성곡 회당(상)

편집부   
입력 : 2017-01-26  | 수정 : 20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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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악과 불교의 색채가 어우러진 대서사시 ‘교성곡 회당’

축제의 본질은 그 지역 또는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의 기원 또는 바람들을 하나의 에너지로 결집해 기쁨으로 승화하는 데 있다. 따라서 축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악(音樂)은 축제를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축제이기도 하다. 또 축제와 음악은 그 특성에 맞게 서로를 성장시켜가며 그 발전의 궤를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반 축제와 그 외형은 조금 다르지만, 축제의 내면적 요소를 그대로 함축하고 있으며, 현대불교 문화의 새로운 영역으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교성곡(交聲曲)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교성곡이란 하나의 줄거리를 여러 개의 악장으로 나누고 합창, 중창으로 구성한 대규모 성악곡을 말한다. 특히 국악 형태의 교성곡은 교성곡이 원래 지닌 칸타타 형식에 국악관현악과 우리 전통의 노래형식을 입혔기 때문에 그 색깔이 아주 독특하면서도 전혀 새롭다. 따라서 이러한 국악 형태의 교성곡은 불교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음악 역사에 있어서도 한 획을 긋는 큰 이정표다. 그렇다면 현대적 불교음악으로서 교성곡은 어떤 특징과 의미가 있으며, 불교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무엇인지 지금부터 집중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불교 교성곡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경전의 말씀을 스토리가 있는 가사와 극적인 음악 전개로써 풀어간다. 게다가 작품의 이해를 돕는 무대연출을 가미하기 때문에,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불교의 교리를 좀 더 쉽게 대중화하고 다양화하는데 매우 용이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특히 필자가 접했던 몇몇 교성곡은 거의 뮤지컬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웅장한 연주스케일과 함께 쉬운 가사를 이용한 분명한 스토리 구성전달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따라서 관객들의 호응도가 아주 높았으며, 파급력 또한 매우 크다고 느꼈다.

그러면 한국불교 교성곡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한국불교 교성곡의 역사는 1991년 성일 스님이 작시하고, 박범훈 교수가 작곡하여 국립극장에서 초연한 교성곡 <붓다>가 그 시작이다. 이 작품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린 대곡인데 우리나라 최초로 국악을 서양 음계와 관현악의 형태로 개량 발전시킨 작곡가 박범훈의 신심과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후 교성곡은 불사의 개념으로 인식되며 조계종뿐만 아니라 주요 종단과 사찰에서도 적극적인 동참이 이어진다. <보현행원송> (1992) <부모은중송>(1996) <찬! 지장보살 불밭에 피는 꽃> (1996) 등 많은 불교교성곡들이 연이어 발표되었고 현대 불교음악 문화로서 교성곡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다.

이 중 필자는 여러 교성곡 가운데 아주 특별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 진각종의 국악교성곡을 지금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진각종의 국악 교성곡은 1998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2월의 문화 인물 혜초 스님을 기념해서 제작한 <창작국악교성곡 혜초>, 2002년 진각종의 종조 회당 대종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한 <교성곡 회당> 이렇게 두 작품이 있다.

먼저 <창작국악교성곡 혜초>는 정부 공식 문화행사를 민간단체이자 불교계 대표로서 진각종이 주관하여, 진각종이 한국불교계 내에서 크게 각인되고, 문화종단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본다. 또 이 작품의 성공으로 생긴 문화 불사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은 등(燈)과 봉축문화, 회당문화축제, 폐사지 음악회, 교성곡 ‘회당’, 각종 기념사업, 진각문화전승원 건립, WFB 대회 유치 등 진각종을 빛내고 있는 문화 불사들의 기획과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은 종단 성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확신한다.

다음 살펴볼 진각종의 두 번째 교성곡인 <교성곡 회당>은 작품성만을 위주로 하는 여타의 불교교성곡과는 달리 진각종의 교리, 교학, 역사, 수행 및 불공 문화, 정체성, 미래적 활용 등 다양한 의미와 가치까지 함께 더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한국불교계에서 지금까지 여러 차례 대두되었던 고민 중 하나는 바로 불교의 의례와 의식의 정체성 확립과 현대적 개발이라는 문제다. 따라서 불사 문화나 의식 문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음악을 정비하여 각종 의식 속에 잘 녹여내는 것은 시급한 현안이며, <교성곡 회당> 작업을 추진할 당시 진각종 역시 이러한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진각종은 이에 대한 해법을 교성곡 작업에서 찾아보고자 했다.

기본적으로 <교성곡 회당>은 다른 교성곡과 같이 방향과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곡, 출세간편, 인연편, 교화편, 회향편 등 총 5개의 테마, 16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칸타타 형식의 음악대서사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고 내용상으로는 진각종을 창종한 회당 대종조의 생애와 사상을 그려내고 있으며 가난, 병, 불화로 고통받던 당시 시대의 중생들에 대한 회당 종조의 깊은 고뇌와 사랑, 진실한 서원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스토리텔링과정을 가사와 곡으로 표현하면서 이 곡에서는 진각종의 한글화된 경전(진각교전)의 원문과 진각종만의 독특한 4.4조 운율의 선후창 경전 독송 문화를 그대로 적용해서 잘 살려내었다. 그리고 진각종 수행의 중심인 ‘육자진언 옴마니반메훔’ 염송 소리가 우리나라 전통소리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강원도 메나리조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연구과장에서 발견하고, 이를 다양한 음정과 리듬으로 구성해 곡에 접목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것은 진각종의 염송 문화를 비롯한 수행문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음악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갖는 것이었다. 또 이러한 의의는 독특한 작품 구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악장의 구성보다는 악곡 위주의 구성을 채택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교성곡 발표 이후 진각종의 불사 문화 연구와 서원가(찬불가)의 발전을 목적으로 한 것인데, 교성곡을 구성하고 있는 총 16곡 모두를 향후 진각종의 서원가로 각각 재편해서 종단의 수행과 불사 문화에 적용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실제로 진각종은 2002년 초연 이후 ‘진각종 소리통일화작업’의 기초단계를 진행해서 ‘밀교 음악법회’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여러 차례 시연하는 등 새로운 불사문화 개발에 이 곡을 적극 활용했다. 그리고 이 교성곡은 2014년 진각종단 내 갈등을 해소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진각종은 <교성곡 회당>의 재연을 통해 신심 가득한 문화 불사가 진정으로 어떠한 힘이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낸 것이다.

이처럼 앞의 내용을 통해 필자는 불교교성곡이 많은 사람의 기원과 바람들을 모아 감동과 기쁨으로 승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불교문화에 있어서는 축제의 한 영역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했다. 그리고 특히 진각종의 교성곡을 통해 잘 만든 문화예술작품이 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을 넘어 한 조직의 문화연구와 성장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아울러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불교음악이나 전통음악이 가야 할 길은 아주 멀다. 대중들에게 불교음악은 여전히 거리감이 있으며, 투자와 인프라 부족으로 창작은 고사하고 이미 발표된 교성곡 같은 불교음악 작품마저도 자주 접하기 어렵다.

따라서 끝으로 필자는 앞으로 불교가 발전하려면 문화가 발전해야 하고, 불교 문화가 대중적으로 발전하려면 종단의 문화 마인드와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이를 위한 문화적 실험과 투자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꼭 강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교성곡 회당>은 불교음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현대불교문화에 있어서 음악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불교 문화인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함께 서원하고 같이 감동하고 음악으로 하나 되는 <교성곡 회당>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가치와 의미가 앞으로 더욱 발현되고, 이것이 나아가 교성곡을 비롯한 모든 불교음악을 성장시키고 대중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더욱 뜨거운 감동이 전해지는 무대에서 자주 만나길 진심으로 서원한다.

이상종/공연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