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 알기쉬운 교리문답

편집부   
입력 : 2016-02-16  | 수정 : 20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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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사람에게 속아 배신감이 듭니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가야 할까요?

속은 엉큼하지만, 겉으로는 순해 보이는 척하는 것을 우리말로 ‘내숭’이라고 하지요. 말이나 행동으로 드러내면 “내숭을 떤다”라고 말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 내숭을 떤다는 표현을 “네코오 카부루”라고 발음해요. 네코는 고양이〔猫〕를 뜻하고, 카부루〔被る〕는 덮는다는 의미거든요. 다시 말해 고양이를 얼굴에 뒤집어쓴다는 뜻이에요. 고양이를 겉과 속이 다른 동물로 여겼던 겁니다. 고양이는 평소에 “야아옹”하고 간드러지는 소리를 내지만, 화가 많이 났을 때는 거친 울음소리로 날카로운 발톱을 내보이며 본색을 드러내잖아요.

그런데 고양이가 겉과 속이 다릅니까, 인간이 더 겉과 속이 다릅니까? 당연히 인간이지요. 인간은 다른 이들 앞에서는 늘 초연한 척하지만, 그 마음속에는 세속적인 명예욕도 있고 욕심도 있어요. 또 남을 이기려는 마음과 경쟁심도 있습니다. 눈앞에 입을 쩍 벌린 호랑이가 세 마리나 있다 해도,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의 마음이라고 하잖아요. 면전에서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꿀처럼 달콤한 말을 쏟아내지만, 자기가 불리해지면 금방 돌아선 상대를 향해 양설(兩舌)의 구업을 지어 해치려 하거든요.

오죽하면 옛말에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는 이야기를 나누되 속마음은 3/10만 말하라고 했겠어요? 옛말이기 망정이지, 지금 같아서는 초면에 1/10이라도 과연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요? 모든 이들이 서로의 속마음을 내보이며 진실하게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중생은 속고 속이는 업을 되풀이함으로써 늘 피해의식과 자기방어본능 때문에라도 서로를 믿고 살지 못하는 과보를 떠안고 있는 거예요. 갈수록 해킹에 스팸, 피싱, 스미싱 등등… 뜻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온라인상의 가상 금융 범죄가 치밀해지고 그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 우리는 더 좋은 기계를 쓰는 대신, 범죄에 역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된 거잖아요.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서로가 그럴듯하게 속이는 인연을 짓지 말아야 합니다. 그럴듯한 말에는 의외로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아요. 닭고기를 파는 어느 상인이 저울을 검지로 살짝 누르면서 “손님, 만원입니다.”라고 했대요. 그랬더니 손님이 대답하기를, “좋소, 그럼 만원을 드릴 테니 닭고기와 그 손가락을 주시오.”라고 했다지 뭡니까! 거짓의 과보는 이렇게 무서운 거예요.

누군가에 속아서 마음이 씁쓸하고 괴로울 때, 우리는 그 인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깨쳐야 할까요?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다음 말씀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이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서로 인연을 맺고 살고 있는데 되도록이면 남의 비위를 거스르거나 마음을 괴롭히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나쁜 것 속에서 좋은 것을 끌어낼 줄 알아야 한다. 탐심은 가족을 병들게 하고 진심은 자기를 병들게 한다. 상대방이 싸움을 걸어오거나 분노를 일으킬 말을 하거나 윗사람에게 꾸지람을 들을 때는 금강권으로 삼밀행을 하면 무사히 해결되며 순간적으로 달아오르는 분노가 가라앉고 화가 날 일이 없어진다. 속이는 사람을 원망하지 말고 속는 마음을 살펴보아야 한다. 자기 마음에 욕심이 있기 때문에 탐심으로 인해서 속는다. 속아서 죄짓고 원망하여 죄를 더해간다.”(실행론 4-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