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각자님과 시부모님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했답니다. 식사 후에 근처 백화점을 구경하는데 시어머니가 여성복 판매장에서 눈을 못 떼고 계시더래요. 그걸 본 각자님이 마음에 들면 한번 입어보시라고 하니 거절도 안 하고 코트를 걸치시더랍니다. 그리고는 요즘 이런 게 유행이라며 다들 입고 다닌다고 하시더래요. 보살님은 활짝 웃으며 거울을 보시는 시어머니 얼굴이 그렇게 얄미워 보일 수가 없더랍니다. 그런데 각자님이 잘 어울린다며 사드린다는 거예요. 점원에게 값을 물으니 맙소사, 280만 원이더래요. 각자님도 조금 놀란 듯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더랍니다. 그랬더니 점원이 하는 얘기가, 밍크 목도리가 둘린데다 100% 앙고라라서 비싸다는 거예요. 덜덜 떨면서 카드를 꺼내 각자님에게 건네는데, 그때 시어머니 말씀이 “요즘 애들 겨울옷도 4~50만 원씩 하잖아? 비싼 거 아니야.” 그러시더래요.
이 시어머니가 평소에 며느리한테 살갑게 대해 주셨다면 며느리도 마음이 달랐을 겁니다. 각자님은 중소기업 사장이라서 벌이가 괜찮았고 며느리는 애견미용사였대요. 수입은 그다지 흡족한 수준이 못 되어도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일을 잘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시어머니 왈, “개털이나 자르는 더러운 일을 왜 하느냐?”며 “집에 올 때는 일하던 옷 그대로 입고 오지 마라!”라고 하셨다는 거예요. 무슨 카스트 제도도 아니고, 며느리를 불가촉천민 취급 하시는 거잖아요. 한번은 반찬 만들어 드린다고 장조림을 요리해서 드리니 “달아서 못 먹으니 너나 먹어라.”하시고, 무 생채를 만들어 드리니 “우리는 식초 안 넣고 먹는다.”하시며 또 “너나 먹어라.”하시더래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아예 시어머니한테 음식을 안 해 드린답니다.
이렇게 고부 갈등이 심한 집안에는 시어머니, 며느리도 마음이 편치 않지만, 중간에 낀 각자님은 아주 죽을 맛입니다. 신경전이라도 벌어지는 날에는 각자님이 중간에서 듣고 있다가 어머니 말에 못 참고 아내 편을 들고 말지요. 그러면 결국 시어머니는 울고불고 아들이 변했다며 다 며느리 잘못 들여서 그렇다고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그 가정은 냉장고 냉기보다 더 썰렁한 온도 속에서 살게 되는 겁니다.
고부간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가정이 평안하지 않은 원인이 나에게 있는 줄 모르고,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미루고 며느리는 시부모에게 있다고 한다. 수족(手足)이 바르지 못한 것을 바르게 하자면 몸 전체를 바르게 하여야 할 것이다.”(실행론 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