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 정사-알기쉬운 교리문답

편집부   
입력 : 2015-12-02  | 수정 : 20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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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참회란 어떤 것입니까?

하루는 여섯 살 된 막내 녀석이 “아빠, 승한이 많이 자면 어떻게 돼요?”하고 묻더군요. 그래서 “아빠처럼 되지”하고 말해줬습니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빨리 아빠처럼 되고 싶다”고 그러는 거예요. 그런데 제 마음속에서는, ‘아빠는 너처럼 되고 싶다….’는 작은 외침이 들리더군요. 그와 동시에 묘한 감정이 일더라고요.

세상 대부분의 아빠들은 ‘내 아들이 나를 닮아 가면 어쩌나….’하고 생각한답니다. 제 마음도 그렇더군요. 아이들이 커 가면서 ‘나보다는 나은 삶을 살았으면….’하는 마음이 되는 거예요. 서원의 마음이기도 하고, 참회의 마음이기도 할 테지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아무 탈 없이 잘 성장해줬으면….’하고 바라는 마음이 서원이라면, 스스로를 돌아볼 때 ‘아이들이 닮아서 좋을 만큼의 모범적인 가장 노릇을 하고 있나….’하는 마음이 참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남자아이 둘 키우면 목메달’이라는 말이 있지요? 저희 애들도 메달을 자주 걸어주는 편이거든요. 환희한 메달일 때도 있지만, 말 그대로 목 메달일 때도 많아요. 하루는 토요일이라 집 안에만 있어 그런지, 종일 싸우고 또 싸우고 짜증을 얼마나 내는지, 안 되겠다 싶어 동네 작은 마트에 데려가는데, 가는 길 어느 담벼락에 쥐가 죽어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는 아이들이 “아, 징그러워….” 그러는 거예요. 차별희사를 하며 속으로 드는 생각이,

‘아빠는 너희가 더 징그럽다….’

누구라도 이런 마음이 되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자녀들이 크면서 속을 끓이고 말썽을 피우면 ‘징글징글하다…’, 직장상사의 소위 갑질에 휘둘리면 ‘징하다…’, 또 부부끼리 잘 살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틀어지면 ‘지긋지긋하다….’ 기운이 빠지고 맥이 탁 풀려 상대에게 저주를 퍼붓는 3G(?)의 마음이 되는 경우가 분명 있잖아요. 그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잘 살피세요. 마음의 작은 원망이 미맹(未萌)의 화(禍)를 불러올 수 있거든요. 
진각성존 회당대종사께서는 내 인생에 징그럽도록 관여하는 그 사람을 위해 자꾸 서원해주고 불공해 주라고 하셨습니다. 진정한 참회는 상대의 허물이 내 허물의 그림자임을 알아 미운 상대를 보듬는 작은 발심에서 출발하는 것이지요.

마음에는 시퍼렇게 서슬이 슬어 앙금이 남아있는데 손으로만 덜렁 희사했다고 해서 그것을 ‘참회’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보이는 유위에서의 참회보다, 보이지 않는 무위에서의 참회가 중요한 법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바라봅시다. 내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과 마주쳤을 때, 우리는 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날 생각만 하지,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을 안 하잖아요. ‘그 사람도 한 아이의 부모구나’, ‘그 사람도 한 부모의 귀한 자식이구나….’ 이와 같은 마음을 점차로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바로 ‘자비’입니다. 원망심을 자비심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미맹의 화를 끊고 미연의 복을 심는 작은 씨앗인 거예요.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봅니다.

“아는 마음 구하는 마음 바라는 마음은 말은 잘하는데 실천이 없고 의뢰적인 것이다. 자기의 허물은 마음에 담아두고 부처님께 잘되게만 서원하면 소원을 성취할 수 없다.”(실행론 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