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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띠

노귀남(문학박사)   
입력 : 2003-06-16  | 수정 : 200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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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뫼비우스가 기다란 직사각형 종이를 한 번 비틀어 양쪽 끝을 맞붙인 도형을 창안했다. 안팎의 구분이 없는 이 띠처럼, 일상에서 우리 삶의 밖이라고 생각하던 일이 어느 새 삶의 안에 깊숙이 와 있곤 한다. 현안이 된 북핵문제와 한반도 위기가 그럴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보통사람들의 생업에서 벗어난 일이라 보는 무관심형을 비롯해, 북한에 대해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인 양극형, 양자를 아울러 보려는 중도형 등, 그 밑바닥에는 북한에 대한 이해 정도나 신뢰 문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한반도 평화'이다. 북한을 보는 시각에 치우쳐 그것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는 입장에 따라 내부에서 '남남갈등'이라는 모순을 낳고,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국력을 소모하는 꼴이 된다. 특히 정치권의 분열된 모습을 반성한다면, 북한을 더욱 궁지에 몰지 않고, 또 한반도 전체 이익이 무엇이냐를 분명히 해야 한다. 대북송금, 쌀과 비료 지원, 이산가족 등 여러 문제가 남북관계에 쟁점이 되고 있지만, 가장 큰 일은 떠돌고 있는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이다. 진원지가 미국이고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압박해 오고 있지만, 우리가 할 일이 없지 않다. 우선, 시민들이 나서서 중도적 입장에서 남남갈등의 요인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남북문제의 실상을 보려하지 않고,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좇아 그 문제에 휘둘려서는 현실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이제는 문제의 핵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문가의 중도적 진단에 귀를 기울이고, 당파적, 편파적 이해에 얽히지 않고 현실을 정확하게 읽어, '한반도적 공감대'를 끌어내야 한다. 이를테면 대북송금문제는 이 국면에서 지엽적이다. 냉정하게 보고 당리당략을 벗어날 길을 시민들이 앞장서 찾는다면, 성숙한 여론정치를 이끌어 낼 것이다. 큰 문제는 무조건 '정치권'에 맡기고 무관심하기 일쑤였다. 그 사이 우리는 스스로 주체가 되지 못하고, 국제권력에 의해 결정되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겪었다. 월드컵의 유월에 분출했던 힘처럼, 이제는 우리가 역사 주체로 서야할 시점이 아닌가. 불자로서 반성하면, 안과 밖, 크고 작음이 둘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문제의 중심에 선 주인공이어야 한다. 불교계를 보수적이라고 보는 시민사회의 시각을 크게 반성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