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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성(시인)   
입력 : 2003-04-15  | 수정 : 200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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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꽃망울이 따스한 봄 하늘에 볼 부비는 이때 지구 저쪽에서는 전쟁이 터졌다. 미·영 연합군이 3월 21일 밤 이라크를 향해 '충격과 공포' 작전을 개시했다. 공습으로 인한 화염과 버섯구름, 대공포화의 섬광으로 바그다드의 밤하늘은 멍들고 있었다. 어디선가 카메라 앵글이 그 모습을 담아 밤새 안방으로 생중계 되고 있음은 이미 우리가 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개전초기 미 지상군은 병사들에게 특별행동수칙을 하달했다. 이라크 진격시 군용장비나 차량에 성조기나 부대기를 달지 말 것,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초콜릿, 사탕들을 나누어주지 말 것 등이다. 이는 미군부대 행렬이 이라크로 진격해 들어갈 때 현지 주민에게 점령군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분명 침략꾼일텐데 다른 한쪽에서는 해방군으로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우리는 이미지에 관한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카메라를 향해 혓바닥이나 내미는 하얀 머리의 장난꾼 같은 아인슈타인도 사실은 '자신의 과학적 업적으로 얻은 명성을 도덕과 정의를 설파하는 제단에 봉헌'하기를 열망한 사회운동가 아인슈타인을 미 연방수사국 후버같은 인물이 만든 친미적 이미지에 불과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대선 때 후보들이 자신들의 이념성향이나 대통령직 수행능력 그 자체보다도 우선 유권자들의 표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얼굴에 분칠이나 하고 넥타이 색깔에 신경을 쓰며 좋은 이미지 만들기에 조바심을 치는 것을 보면서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허울로서의 이미지보다는 진실로서의 실상이 더욱 중요함에도 휘발성 소비문화 범람에 편승한 온갖 어지러운 이미지들은 우주의 본래면목을 찾아가는 이에게 아마도 사막의 점령군이 맞아야 하는 모래폭풍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인류사의 진보를 역행하는 기독교 섭리사관의 횡포일 뿐인 이번 부시의 명분 없는 침공이나 어려운 민중들 속에서 독재의 총으로 성전을 외치는 후세인의 다툼 속에서 1258년 몽골 침략이래 700년 만에 다시 위기에 놓이는 신밧드의 고향이자 아라비안나이트 무대인 바그다드에 하루 빨리 평화가 찾아들기를 기도한다. 도대체 바람 잘 날 없는 지구 아니 이 바람난 초록별은 머언 시공 속에서 무슨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