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가까이 있는 것에 정을 주면서

성윤숙(위덕대 교수)   
입력 : 2003-03-18  | 수정 : 2003-03-18
+ -
3월이다. 파릇파릇한 새싹들과 예쁜 봄꽃들, 그 중에서도 흐드러지게 피어날 개나리꽃이 더욱 기다려진다. 올해도 우리 학교 캠퍼스에는 새내기들의 오가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리저리 헤매는 듯하면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뭔가를 찾아 부지런히 몰려다니는 힘찬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표정이 밝아 기분이 좋아 보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직은 낯선 캠퍼스와 친구들이지만 정을 붙이려고 무진 애쓰는 앳된 얼굴들도 있다. 매년 봄 이런 새내기들을 만날 때면 내 마음도 새로움으로 넘쳐나고, 그들이 원하는 뭔가를 줄 수 있도록 하리라는 각오를 다지면서 그들과의 대화를 설레는 가슴으로 기다리게 된다. 이런 감격은 첫 수업이 시작되고 넓은 캠퍼스를 가로질러 바삐 교실로 찾아 온 학생들의 희망찬 눈망울에서 더욱 고조된다. 그러나 간간이 그들 가운데 우두커니 창 밖 저편을 향해있는 슬픈 표정의 학생을 발견하게 되면 나는 마음이 바빠지고 안타까운 생각에 곧장 그 의문의 슬픈 표정이 무엇인지를 캐어묻는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의 모습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자신의 현재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고, 더 나은 삶은 어디에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더 나은 삶을 좇아 떠나는 길은 무엇일까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슬픈 표정의 전부다. 나는 마냥 순수하고 진지한 그들에게 어느 스승님이 하신 법문 내용을 일러주곤 한다. "한 곳에 몸을 담았으면 그 곳에 몸과 마음, 그리고 두 발 모두를 푹 다 담그고 이쪽저쪽 다른 곳에 마음을 흩뜨리지 말아야 한다. 좀 더 나은 곳이 있을까 해서 두리번거리다 보면 정작 자신의 바로 곁에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없다"는 말씀이다.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도 표현되는 어느 한 유명한 조각가의 말대로 '내 마음이 나를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자신이 속해있는 현재에 두 발을 굳건히 딛고, 곁에 있는 이들과 마음을 터고 소통하면서 웃고 울고 즐기면서 인정을 나누고, 인정과 인정으로 두터워진 삶이 인생의 깊이를 더해가도록, 그리고 그런 삶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노력을 해 보면 어떨까? 저 멀리 외국을 가면, 더 넓은 도시를 찾아 나서면, 혹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다른 모습의 인류가, 더욱 찬란한 문화로 희망만이 넘쳐흐르고 꿈이 곧바로 현실로 다가와 줄 것인가? '내 마음이 나를 만든다.' 내 마음에 우주 전체를 품고,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지식을 내 품에 바로 담아 넣는 지혜가 생겨나면 의문의 슬픈 눈동자는 밝은 눈망울로 바뀌어 질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슬픔은 자신을 찾지 못한데 있다. 두 발을 모두 자신의 현실적 삶에 푹 담그고,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에 정을 주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밝은 가운데서 목표가 있는 삶을 설계할 진정한 봄이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