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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기에 달렸다

성윤숙(위덕대 교수)   
입력 : 2003-03-18  | 수정 : 200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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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제가 어느 책에서 잠시 스치면서 봤던 글귀를 자주 인용해서 쓰곤 했던 기억이 난다. '인생고해(人生苦海)'라는 표현인데,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현실생활을 성실히 해 줬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말에 대해 즐겨 붙였던 해석이 아마도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일들을 참고 견디면서 힘들게 살아가도록 결정지어져 있고, 그래서 우리는 365일 24시간 어느 하루, 어느 한 시도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고, 또 아무리 쉽고 편하게 살려고 노력을 한다해도 절대적으로 편안해 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요컨대 일이 좀 한가해져 며칠을 쉰다던가, 억지로 편안해지고 싶어서 하루 종일을 누워서 지내봐도 어디 그렇게 편하기만 하던가? 마음은 마음대로 불안하고 일은 일대로 진척이 없고, 몸도 생각만큼 그렇게 편하지도 않고…. 만약 열심히 일을 해도 힘들고, 편안히 누워 놀아도 피곤한 인생이라면 차라리 열심히 일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하지 않은가? 그래서 옛 성인께서 인생은 고해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학기가 끝날 무렵 열린 종강 법회에 참석했다가 특별히 초청된 법사로부터 단 2, 3분 사이에 홀연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뿐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인생고해'라는 말의 의미가 참뜻과는 거리가 멀고, 언제까지나 인생을 고해로만 이해하고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은 늘 불안하고 힘겨운 날을 지낼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었다. 문제는 이 고해로 느껴지는 인생을, 자신의 삶을 즐겁고 활기찬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만이 현실을 정토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나는 정신이 번쩍 나는 것을 느꼈다. 요지는 다름 아닌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었다. 똑같은 일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힘겨울 수도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 평범하고 자주 들어 온 내용이었지만 마치 인생은 힘든 것으로 결정지어져 있으니 무조건 고통스럽더라도 참고 지내라는 식의 강요된 삶이 아니라, 또 다른 해탈을 맛보면서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밝은 삶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난 느낌을 지금도 지울 수가 없다. 앞으로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하기 싫어서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능동적인 삶의 길을 개척해보라고 말이다. 그래서 정토에서 함께 잘 살아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