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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자

맹난자(수필가)   
입력 : 2003-03-18  | 수정 : 200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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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드높아진 가을 하늘. 눈 시린 그 푸르름에 눈을 주노라면 어느 결엔가 우리의 정신도 따라서 더 높은 곳을 지향하게 됩니다. 생각하는 갈대, 그러나 우리는 휴먼입니다. 문화와 역사를 창조하고 더 높은 예술의 정신과 만나고 싶어하는 인간입니다. 그리하여 맑은 하늘을 대하면 우리의 심혼도 명징해 지고, 투명한 햇살을 대하면 어디론가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지게 됩니다. 홀로인 사람은 그 혼자인 것을 싫어하지 않고 등불 앞에 의자를 당겨 앉아 책을 읽으며 긴 사색에 잠기게 되고 마는 가을. 나는 가을 한 마당에 앉아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0월은 문화의 달이며 독서의 달이기도 합니다. 10월 9일은 한글날이며 10월 11일은 '책의 날'이기도 합니다.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은 4월 23일입니다. 이 날은 우연히도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동시에 사망한 날입니다. 영국과 스페인을 대표하는 두 문호를 기리며 유네스코는 '세계 책의 날'로 정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장경'이 완성된 날인 10월 11일을 책의 날로 정해 매년 행사를 갖고 있습니다만 어쩐지 행사는 활기를 잃고, 해마다 문 닫는 출판사는 늘어나고 있으며, 책은 서가에 꽂히지 못하고 재생용지로 처분되고 있습니다. 컴퓨터에 밀려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조기 영어 붐으로 한글은 점차 파괴되고 있습니다. 10월 20일 달력 밑에 '문화의 날'이라고 아무리 명토 박아놓은들, 문화의 날, 문화의 달, 책의 날, 독서의 달로 상정해 놓은들 책을 읽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으면 성난 마음의 파도가 잔잔한 바다와 같이 평온해지고 책을 읽으면 외롭지 않으며 또 티끌세상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문 닫으면 곧 깊은 산 같고 (閉門則是深山) 책 읽으면 어디나 정토일세. (讀書隨處淨土) 중국 시인 진계유(陳繼儒)의 글입니다. 문 닫아걸고 책 읽으면 거기가 곧 극락정토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