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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보다 아름다운

민경성(시인)   
입력 : 2003-03-18  | 수정 : 200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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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물난리 속에 몰아 넣었던 태풍 루사(Rusa)는 중심기압 950 헥토파스칼의 위력을 지닌 머언 남태평양으로부터의 심술궂은 장풍(掌風)이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하여 형성된 태풍은 그 스스로의 에너지를 어딘가에 분출시켜 지구상의 평형기후를 다 잡아 주고 한편으로는 바닷속을 갈아엎어 오염된 바다환경과 고갈된 어족자원의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 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수많은 인명을 빼앗아 가고 많은 재산피해를 입힌 녀석의 정체는 공포와 원망의 대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유사이래 온갖 천재지변을 극복해온 우리로서는 이대로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천재가 아니라 인재(人災)였다고 항의하는 피해 수재민들의 원성이 더 이상 나올 수 없도록 정부당국은 좀더 합리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하겠고 더구나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삶의 중요한 실천덕목으로 삼아온 불자들에게 있어 이번 일은 오히려 보시행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하겠다. 여섯 가지 바라밀 가운데 첫째가 역시 이 보시바라밀이듯이 남에게 받기보다는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아낌없이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우리 불교에서는 보시(布施)의 이름으로 가장 추앙하지 않는가. TV방송국으로 답지하는 온정의 손길도 아름답지만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 가난한 삶의 터전을 잃고 울부짖는 이들을 직접 찾아가 위로하며 마실 것, 먹을 것을 건네고 물에 잠긴 생활도구를 같이 챙겨주고 쓰레기를 치워주어 그들이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애쓰는 군인들, 주부들, 학생들 아니 이름 모를 선남선녀의 저 구슬땀은 이 세상 어느 보석보다도 아름답다. 탐욕의 현자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에서 보시의 바보들이 빛나는 때가 이때이다. 새삼 사람들이 신비하고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