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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성윤숙(위덕대 교수)   
입력 : 2003-03-18  | 수정 : 200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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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씩 어릴 적 어른들께서 하시던 말씀을 떠올리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어른들의 말씀 중에는 퍽이나 재미있는 표현도 많고, 혹 어떤 말씀은 삶에서 묻어 나오는 지혜로움이 있어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의 감동을 느끼게도 한다. 며칠 전 오랜만에 대구에 들렀다가 마침 기계 부품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북성로 앞길을 지나치면서 기계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나는 문득 '저 많은 똑같아 보이는 기계 부품들을 어떻게 알아서 챙겨가며 필요한 사람들에게 팔고, 또 그 부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또 저런 부품들만 팔아서도 가족들과 잘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그리고 한 사람이 생각해 내기엔 너무 많은 각양각색의 직업이 있고, 살아가는 방법이 혹은 살아온 방법이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 새삼 놀란 적이 있다. 2학기가 시작되었고 입시경쟁도 시작되었다. 전국의 대입 수험생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면서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쌓아 온 결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보상으로 돌려 받을 수 있을까 고심하며 이리 저리 분주하게 원서를 내면서 막바지 수능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는 입시준비를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느니, 저렇게 하는 것이 더 낫다느니 하면서 언쟁이 끊이질 않는다. 중앙에 있는 학생은 중앙에 있어 불만을 터뜨리고, 지방에 있는 수험생들은 지방에 있어 불리하다고 야단들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대학에, 전망이 밝은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하여 고심 또 고심하는 모습들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참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이러한 노력의 목적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감에 있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몫을 감당하며 사회에 뭔가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면 더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수험생들의 노력의 지표로 주고 싶다. 좋은 대학을 가는 일이 다른 사람의 위에 서서 누군가에게 군림하면서 살고자 하는 욕심이 아니고, 마찬가지로 소위 말하는 일류 대학을 못 가는 것이 다른 사람의 아래에 눌린다는 위기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부여받은 행복한 지식인이 되는 계기라는 인식을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