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밀교전개사 33

허일범 교수   
입력 : 2002-07-16  | 수정 : 2002-07-16
+ -
아사리의 삼업정화법 1. 조선밀교의 금강아사리관상법 조선시대 말기의 금강아사리관상의궤에 의하면 아사리는 삼밀행을 행할 수 있는 존재이자 진언행법의 집행자이다. 그 아사리는 진언행법의 집행을 위해서 자신의 삼업정화를 중시했다. 즉 진언행법에서 아사리의 신구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진언행법의 집행자인 아사리는 신과 구와 의를 철저히 정화한 인물로 등장한다. 본래 밀교에서 아사리란 명칭은 제자의 행을 바루고, 규범을 실행하도록 하는 덕이 높은 스승을 가리킨다. 본래 인도의 바라문들 사이에서 아사리는 제자에게 베다와 같은 의궤와 규범을 가르치는 자를 지칭했다. 이와 같은 의미의 아사리는 불교에 수용되어 소승의 사분율에서 출가, 수계, 교수, 수경, 의지와 같은 다섯 종류의 아사리로 등장한다. 그리고 대승의 원돈계에서는 문수보살을 갈마아사리, 미륵보살을 교수아사리라는 명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나아가서 밀교에서는 넓은 의미에서 대일여래를 비롯한 제불보살을 아사리라고 했으며, 삼밀에 통달한 위대한 스승을 아사리나 대아사리라고 불렀다. 그리고 좁은 의미에서는 관정을 집행하거나 전법관정을 베풀 때 중심이 되는 자를 대아사리라고 했다. 또한 작법을 지도하는 자를 교수아사리라고 불렀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문헌중에서 이와 같은 명칭을 들어 그 자격과 덕목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진언의 행법을 집행하는 아사리의 행법전 전제조건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기록이 발견될 뿐이다. 또한 그 외에도 밀교의 복장의식중에 아사리의 진언 관상법에 대한 내용들이 다수 발견된다. 여기서는 진언종자에 지수화풍공의 오대를 배당하고, 다시 이것들을 행자의 인체에 배당하여 우주의 오대와 행자의 인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체득하도록 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오대와 오대종자와 신체의 각 부위를 관련지어 생각한 데에는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중국적인 음양오행의 원리가 수용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으며, 인도의 범아일여사상이 불교를 통해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여튼 조선시대에는 이와 같은 진언종자의 수법을 통해서 우주와 자신의 합일점을 모색하고, 그 합일로부터 행자의 공덕을 성취하려 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여기서도 행법에 들어 가는 아사리의 자격과 덕목에 대한 언급은 발견되지 않는다. 여기서는 아사리의 행법전 전행인 삼업 정화법을 아사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의 일부로 간주하여 그 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2. 아사리의 삼업정화용 문자관법 조선시대 말기의 금강아사리관상의궤에서는 진언행법에 들어 가는 아사리의 신구의를 청정하게 하기 위한 관상법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밀교에서 관법은 단순한 명상법이 아니다. 관법을 행하기 위해서는 인과 진언과 관이라고 하는 삼밀행에 정통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의궤에서는 삼밀행에 들어 가기 위한 전단계로써 아사리가 행해야 할 밀교적 삼업 정화법에 대해서 설한다. 1) 행법에 들어 가는 아사리 아사리는 목욕하고 옷을 깨끗이 한 다음, 수행좌에 들어 가서 금강처럼 가부좌를 하고 편안히 앉는다. 그리고 마음을 맑게 하여 법을 관찰함에 걸림이 없어야 하고, 그런 뒤에 관상에 들어 가야한다. 이것은 행법에 들어 가는 아사리의 자세로 몸과 마음의 제어를 제일 과제로 하고 있다. 2) 문자를 통한 삼업정화의 관상법 관상에 들어 가서 아사리는 목위에 큰 연꽃을 떠 올리고 연꽃을 아자로 전성시키고, 그 아자을 월륜, 월륜은 훔자로 전성시킨다. 그리고 나서 훔자를 오고금강저로 전성시키고, 다시 금강저를 혀 위로 옮겨 설근을 금강처럼 파괴되지 않는 혀로 만든다. 다음에 두 손을 전성시켜서 아자로 만들고, 그 아자를 전성시켜서 월륜으로 만든다. 그리고 월륜을 전성시켜서 훔자를 만들고, 그 훔자를 전성시켜서 흰색의 오고금강저로 만든다. 마지막으로 금강저를 전성시켜서 금강처럼 파괴되지 않는 손으로 만든다. 이것은 종자와 삼매야형의 전성법으로 순관과 역관의 관법을 채용하여 자와 형의 일체화를 도모하고 있다. 3) 신금강과 구금강과 의금강의 성취 다음에 정수리위에 옴자를 관해서 신금강을 만들고, 입안에 아자를 전성시켜서 어금강을 만든다. 이어서 마음속에 훔자를 전성시켜서 심금강을 만든다. 그리고 나서 그 혀로 진언을 독송하고, 그 손으로 일체의 인을 결해야 바야흐로 행법의 공덕을 성취할 수 있다. 이것은 신구의 삼금강을 완성하여 결인과 진언독송이 마음의 움직임과 일치해야 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4) 결인과 독송을 통한 아사리의 삼업정화 아사리가 행법에 들어 가기 앞서 인을 결하고 진언을 독송하는데에는 먼저 정법계 인진언과 삼매야계 인진언을 독송한 후에 일체의 인진언이 가능해진다고 본다. 그것은 아사리로써 계와 관정을 받았지만 한 찰나 악한 마음을 일으켜서 계를 파하고, 청정성을 잃었다고 할지라도 이 진언을 독송하고, 인을 결하면 계를 파한 죄가 모두 청정해지며, 모든 계품이 옛날처럼 되돌아 간다고 한다. 또한 일체의 단법을 스승을 통하여 전해 받지 못했더라도 삼업청정법을 행하고, 이 진언을 독송하고, 인을 결하면 즉시 작법을 행해도 무방하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아사리의 삼업청정법의 보완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결인과 진언독송법이다. 이상에서와 같이 조선시대의 말기까지 전승된 아사리의 삼업정화법을 보면 분명히 밀교의 행법이 단편적으로나마 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우리들에게 조선밀교 행법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즉 그 내용은 삼업을 정화하기 위한 아사리의 행법에 불과하지만 밀교경전의 본지를 담고 있는 인과 진언과 관법의 실상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