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밀교전개사 27

허일범 교수   
입력 : 2002-04-18  | 수정 : 200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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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밀교의 제존공양법 1. 전통적 밀교행법 우리나라에서 조선시대 말까지 전승되고 있던 밀교행법의 맥은 이웃나라 일본밀교의 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진언이나 결인법은 행법집으로 전승되고 있으며, 관법의 내용만이 그 맥을 잇지 못하여 미흡한 점이 있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들은 조선시대 말기까지 밀교의 행법이 형식적으로나마 전승되고 있었다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조선시대 밀교행법의 원류는 당나라 때 혜과화상의 십팔계인에서 찾을 수 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조선시대의 것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상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통일신라 때부터 입당 구법승들에 의해서 이 땅에 전래된 이래 면면히 전승되고 있던 당나라밀교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즉 의식집행자의 위의로부터 단의 건립과 제존의 봉청에 이르기까지 당나라밀교의 치밀한 행법체계를 계승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위의구족의 단에서 행자가 위의를 갖추고, 두 번째로 행법단에서는 수행처의 정화와 단상의 건립이 이루어지고, 세 번째로 삼부제존의 단에서는 건립한 단상에 불연금 삼부의 제존을 봉청한다. 그리고 네 번째로 세천의 단에서는 주변의 천신들도 봉청하고, 다섯 번째로 육도중생단에서 중생제도의 의식을 진행하고, 여섯 번째로 여래인증단에서 제여래에게 육도중생의 구제를 인증 받는다. 마지막으로 삼보귀의단에서는 제불보살과 불법과 승가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불계를 지킬 것을 서약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는 이런 내용이 현존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여러 사찰들에 전해져 내려오는 조선시대의 진언집과 결인집을 근간으로 하여 조선시대 밀교의 전통적 행법체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2. 행법자의 위의구족 밀교의 행법 중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것은 위의를 갖추는 일이다. 이것은 행법의 주관자인 행자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것으로 밀교의 모든 행법에서 기본이 된다. 먼저 행자는 경건한 마음으로 신구의 삼업을 정화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 때 행자는 삼업을 정화하기 위해서 정삼업진언을 독송하고, 그와 동시에 미개부의 연화합장인을 하고, 뜻으로 삼업은 본래 청정한 것이기 때문에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고 관한다. 여기서 연꽃의 봉우리를 의미하는 연화합장은 행자의 신구의 삼업이 본래 청정하여 마치 진흙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서 계도도장의 진언을 독송하면서 행자는 몸에 도향을 바르는 의식을 통하여 인계를 맺을 손을 정화한다. 이 때 다섯 손가락은 지수화풍공의 오대이고, 수인을 맺어 계와 정과 혜의 삼학을 밝히고, 해탈의 경지를 체득할 수 있다고 관한다. 다음으로 삼매야계의 진언을 독송하면서 금강합장의 인을 결하고, 뜻으로는 부처님의 불덕을 갖추겠다고 관한다. 여기서 삼매야계는 행자의 서원계로써 금강과 같이 견고한 불의 위신력을 체득하기 위한 본성계이다. 끝으로 발보리심의 진언을 독송하면서 금강합장의 인을 하고, 뜻으로 본존 앞에 서원하면서 보리심을 일으키겠다고 관한다. 이와 같이 행자가 위의를 구비하는 일은 행법에 들어가기 앞서 반드시 갖추어야할 매우 중요한 의식이며, 다음에 진행될 모든 의식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단계이기도 하다. 3. 행법단의 건립 행법단은 수행자가 일체의 불보살과 천신들을 맞아들일 장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단상의 정화와 건단, 결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먼저 쇄정저를 들어 깨끗한 물을 쇄정수로 가지향수한 다음 쇄정호마의 진언을 독송하면서 저를 들어 천과 공과 지의 삼계를 쇄정하고, 마군이 침입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관한다. 이어서 개단의 진언을 독송하면서 개문의 인을 결하고, 연화가 개부하듯이 불보살이 내림할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관한다. 그리고 건단의 진언을 독송하면서 삼고금강인을 결하고, 불보살을 맞이할 자리를 마련했다고 관한다. 다음으로 결계의 진언을 독송하면서 금강망인을 결하고, 금강망으로 법계를 감싸서 모든 작법이 원만이 성취되도록 하겠다고 관한다. 끝으로 분향의 진언을 독송하면서 금강권을 한 두손을 가슴 앞에 두고, 아래로 향하게 한 분향인을 결하고, 향연이 법계에 두루 펼쳐지도록 하겠다고 관한다. 4. 삼부제존의 봉청 삼부제존 봉청단에서는 불부와 연화부와 금강부의 제존을 봉청하여 단상에 맞아들이는 행을 한다. 첫 번째로 봉청사자의 진언을 독송하면서 연화합장을 하고, 불보살을 맞이할 사자를 행자자신에게 청한다고 관한다. 두 번째로 봉송진언을 독송하면서 연화합장으로 봉청한 사자에게 불보살을 맞이해 와 달라고 관한다. 세 번째로 보봉청진언을 독송하면서 보봉청의 인을 결하고, 불보살을 모시러 간 사자로 하여금 그 존들을 모셔와 달라고 관한다. 네 번째로 행자는 개통도로진언을 독송하면서 개통로의 인을 결하고, 불보살과 사자가 내림할 수 있는 도로를 개설한다고 관한다. 다섯 번째로 불부 봉청진언을 독송하면서 인을 결하여 일체의 불들이 단상에 내림한다고 관한다. 여섯 번째로 연화부 봉청진언을 독송하고, 인을 결하여 관세음보살을 중심으로 한 연화부의 제존이 단상에 내림한다고 관한다. 일곱 번째로 금강부 봉청진언을 독송하고, 인을 결하여 금강수를 중심으로 한 모든 금강의 부족들이 단상에 내림한다고 관한다. 여덟 번째로 삼부제존 봉청의 삼밀행과 더불어 헌좌진언을 독송하고, 인을 결하면서 제존이 안좌할 주처를 봉납한다고 관한다. 이상과 같이 불보살의 봉청과 안좌의식이 끝나면 이어서 천신들을 단상에 불러들여 안좌시킨다. 거기서 행법자는 육도중생들도 단상에 맞아 들여 불보살의 세계에 들어 갈 수 있도록 하며, 이어서 여래의 인증을 받도록 한다. 끝으로 이와 같은 모든 행법이 원만히 이루어지기를 삼보에게 기원한다. 이것은 조선시대의 밀교의식집에 의거하여 서술한 것이며, 결여된 관법부분은 여타의 의궤내용을 가지고 보완하였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내용들을 근간으로 하여 전통 밀교의식의 복원작업에 들어간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