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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기명칼럼 수미산정(515호)

편집부   
입력 : 2009-05-29  | 수정 : 200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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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선함

서민대통령, 바보대통령으로 불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면하였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느냐’는 불교적인 유언을 남긴 채 수많은 국민들의 애도 속에 자연의 한 조각으로 돌아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전 국민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그의 죽음이 자연스럽지 않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또 아직 그를 대할 많은 날들이 남은 줄 알았는데, 이별의 격식도 갖추지 않은 채 역사의 침묵 속으로 떠나갔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남긴 방명록에는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본인은 물론 전 가족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언론들이 그 내용을 집중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면서 원칙주의자였던 그는 수치심과 분노를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다수의 국민들은 검찰수사를 지켜보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역시 도덕성만큼은 믿을 수 없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허탈감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국민들의 이러한 성급한 판단이 그를 더 이상 편안하게 이승에 머물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든 측면이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에 대한 소위 살아있는 권력과 언론의 태도는 상당히 지나친 점이 없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을 이미 이 지면을 통해 우려한 바도 있었다. 본인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을지언정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극구 해명을 했음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전직 대통령의 궁색한 변명쯤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어쨌든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그의 혐의는 공소권이 없어졌고, 실체적 진실은 인과로만 남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살아있는 권력과 언론, 그리고 국민들의 그러한 냉소주의와 무관심이 하나가되어 끝까지 한 사람의 전직 대통령을 범죄자로 만들려고 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죽음으로서 자신이 범죄 대통령으로 남는 것을 거부했다. 그의 죽음이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그의 그러한 결벽성과 죽음으로써 그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용기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가 죽음으로써 말하려고 했던 그 무엇을 찾아 완수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엄수한 지금, 다시 책임론 등으로 정국이 소용돌이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본인도 유언을 통해 ‘원망하지 말라’고 한만큼 그것은 고인의 숭고한 죽음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망보다는 자발적인 사과와 화해를 통해 그가 희구했던 대로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가 소통하는 세상,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이 사회를 바꿔가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후세에게 맡길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탈권위적인 대통령이었다는 것,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추구했던 민족주의자 대통령이었다는 것, 수도이전을 통해서까지 지방분권화를 추진했던 개혁적인 대통령이었다는 진정성만큼은 오래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현직 권력중심으로 전개되고, 전임자들에 대해서는 항상 비판적이거나 인색한 점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개선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된다. 정치보복의 인과가 바로 거기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종교적으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많은 위로를 받아야 한다. 자살이라는 죽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미화될 수 없는 비자연적인 방식이기에 추선의 공덕을 통해 그 인과의 고리를 소멸하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이웃과 사회를 위한 참회와 회향의 종책

진각종단 제28대 혜정 통리원장 집행부가 성대한 취임식을 갖고 출범하였다. 혜정 통리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이웃과 사회를 위한 참회, 수행, 회향의 종책지표를 밝혔다. 참회는 진각종단의 입교개종정신으로 종조인 진각성존 회당 대종사의 창교이념을 담고 있으며, 수행과 회향은 종교조직으로서 사회적인 역할을 다하기 위한 존재의 당위성을 피력한 것이다.

신임 집행부가 지금 이 시점에서 참회라는 창종정신의 재무장을 강조한 것은 종단이 처한 여러가지 법문의 해법과 무관치 않으며, 수행과 회향도 같은 맥락이다. 종교 집안에서 불화고가 발생하는 것은 수행집단으로서의 종교적인 성찰없이 세속적인 성장만을 추구한 일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참회없이는 화합할 수 없고, 화합없이 종단은 대 종단으로 발돋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혜정 신임 집행부는 참회종책의 구심점으로 역대 집행부들의 미완의 불사인 종단 4대성지의 성역화를 완비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만큼은 그 불사가 반드시 회향되도록 서둘러 추진해야 나가야할 것이다. 4년 임기의 현제도는 종무를 한 가지라도 제대로 처리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승의 수행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스승복지와 교육을 강화하기로 한만큼, 임기 중 심혈을 기울여 승단의 화합과 훼손된 승속동행의 종풍을 진작시키도록 해야할 것이다. 특히 진각문화전승원의 차질없는 회향을 통해 한국밀교의 대표종단으로서 국내외 위상을 높이고, 회당문화재단의 발족을 통해 전통밀교문화의 계승과 창조의 문제도 종단의 정체성확립 차원에서 이번 집행부가 꼭 성취해 나가야할 일들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종단의 모든 일들이 종책이기에 앞서 불사로서 자연스럽게 성취되도록 종도들의 원력을 하나로 모아나가는 일이다. 진각종단은 승속동행의 종풍을 지니고 있는 만큼, 승단은 수행하는 모습을 견지해야 하고, 신교도들은 포교의 활성화를 도모할 때 종단은 다시 제2성장의 기회를 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종책을 열거하기보다 참회정신을 바탕으로, 현재의 교육포교, 복지포교를 내실화하려고 하는 현 집행부의 구상은 시의적절하며, 진언행자 모두의 화합과 정진으로 화답해야할 소명적 불사들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