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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불교사연구소 개원·세미나 열려

편집부   
입력 : 2009-05-27  | 수정 : 200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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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하라에게는 무상이라는 테마를 담고 한국과 일본의 국경을 넘어설 수 있는 보편의 세계를 발견했다. 그 세계는 곧 다치하라에게 있어 일본과 한국이 서로 어우러지고 한국불교와 일본불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동국대 불교학과 김호성 교수가 5월 23일 오후 2시부터 동국대 제3세미나실(90주년기념문화관)에서 열린 일본불교사연구소 학술세미나 중 '겨울의 유산에 나타난 한·일불교'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폈다.

김 교수는 "겨울의 유산 속에서 작가 다치하라가 그린 △선(참선)과 교(경전읽기) 함께닦기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 △불교(출세간)와 유교(세간)의 조화 △임제선(간화선)과 조동선의 조화 등이 혼융된 모습은 작가 자신이 꿈꾸는 모습의 한국불교일 수도 있다"며 그래서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불교는 상상 이상의 한국불교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고 했다. 그것은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우리 한국불교의 근현대사를 철두철미하게 비판하고 반성했기에 그릴 수 있었던 세계였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큰스님, 청안, 그리고 아버지가 함께했던 무량사 시절은 주인공 선문에게 부처의 세계에 그냥 있음과 같은 가장 행복했던 한때"였다며 "주인공 선문은 훗날 무량사를 몹시도 그리워하고 언젠가 돌아가야 할 곳으로 여기지만 무량사로 끝내 돌아가지 못하고 만다"고 했다. 김 교수는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인해 이 작품이 탄생했을지 모른다"며 "소설 속의 주인공 선문을 내세워 자기를 낳아준 풍토로 돌아가지 못한 마음의 빚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겨울의 유산을 집필하였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흔히 선소설의 드문 사례로 평가되는 겨울의 유산이 갖는 하나의 특징으로 우리는 선시가 많이 인용됐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아름답고 격조높은 조선조 중·후기 선승들의 시문을 다수 인용함으로써 당시 무량사의 풍토를 인용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효과적인 기법으로 생각된다"며 "실제 이 작품이 나온지 30년 이상이 지났지만 우리 불교계나 학계는 여전히 선승들의 세계를 가깝게 알지 못한 점은 겨울의 유산이 우리에게 남긴 하나의 유산이라 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겨울의 유산에는 일본화시켜 그려놓은 한국불교, 작가의 그리운 추억 속에 존재하는 한국불교의 풍토에 대한 묘사와 함께 당대 한국불교도 그려지고 있다"면서 "그것은 당시 한국불교의 실제 모습이라기보다 작가의 상상 속 한국불교, 이상적인 모습의 불교를 그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는 "현실이 아니더라도 또 현실 속에서 희소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라도 문학작품 속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면서 "문학은 어차피 허구성에 입각해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며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닌 실감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겨울의 유산'(다치하라 마사이키의 소설)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세미나는 △일본문학 속의 다치하라 마사아키(동국대 김종희 강사) △다치하라의 혼혈의식과 전후 일본사회(동국대 박광현 교수) △'겨울의 유산'에 나타난 한·일불교(동국대 김호성 교수) 등의 논문발표와 단국대 손지연 연구교수, 정우서적 이성운 대표,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연숙 연구원 등의 논평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열린 일본불교사연구소 개원식에서는 일본불교사연구소 김호성 소장, '겨울의 유산' 번역자 김형숙씨의 인사말과 불자가수 강혜윤씨의 축가가 있었다.

김선미 기자 sunmi7@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