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생활인 아닌 수행자라야"

편집부   
입력 : 2009-04-24  | 수정 : 200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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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숭총림 방장추대 설정 스님

"승관(僧觀)이 확립되지 않고서는 불교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으로 추대된 설정 스님은 4월 20일 수덕사 산중암자 정혜사에서 교계기자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한국불교의 현실에 대해 거침없는 경책을 내렸다.

설정 스님은 "스님들이 수행인으로 살아야지 생활인으로 살다보니 물질적인 것만 추구하고 그것으로 인해 가지각색의 추문과 비리와 주장이 일어나고 있다"며 "승관이 확립되지 않고서는 불교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설정 스님은 "아무리 재물이 많고 사찰 경제가 넉넉하다 하더라도 승관이 확립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서 승권이 쥐어지고 직책이 쥐어진다면 그것은 세속 속물들이 사는 집단이지 수행집단이 사는 곳이 아니다"며 "철저한 신심과 원력과 공심으로 무장하고 양심과 인격으로 정리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서 승권이 쥐어지고 절에 그런 스님네들이 있다면 절이 하나의 모리배 집단이지 절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설정 스님은 "중으로서의 가치는 원력, 신심, 공심이 철저하게 몸에 밴 사람이며 이러한 것들이 훈련되고 조직된 사람들로 승단이 구성될 때 비로소 승단의 앞날을 기대할 수 있고 그런 집단만이 민중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불교의 현실에 대해 설정 스님은 "한국불교는 머리는 큰데 가슴과 팔다리는 허약하다"며 "말로는 수미산을 깨부술 경지지만 실제로 그러한 실천이 가능한지 돌이켜 봐야 한다. 대승을 지향하면서도 소승보다도 실천이 부족한 것이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21세기 민중의 지도자가 되고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지행합일, 언행일치의 철저한 수행으로 살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계종단의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설정 스님은 "지식과 인격은 별개의 것이며 특히 승격은 더 더욱이나 다르므로 스님의 자격을 갖춘 사람, 그런 스님들로 우리 종단 이루어져야 한다. 승격은 인격 위에 있으므로 거기에는 철저한 자기희생과 봉사, 하심이 있어야 한다"면서 "요즘은 초심호계원에 재심호계원을 거치고 잘못한 사람들이 로비해서 또 다시 살아나는 실정이다. 옛날처럼 대중공사로 가면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는 것과 관련해서는 "생각이 전혀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설정 스님은 "아무개라는 사람이 영순위다, 어디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조금씩 하고 있다. 안 나온다고는 하지만 언제 나올지 모른다 등 이런저런 소리가 들리고 해서 우선 이런 생각만이라도 줄여주어야겠다고 생각해 방장 추대를 수락했다"며 "수덕사에서 10년째 살면서 나 나름대로 진단을 내리면 이제 내가 제자리에 잘 왔구나. 방황하지 않고 허덕이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그런 상황에 왔다"고 말했다.

방장선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설정 스님은 "큰 돌덩이를 짊어진 기분이다. 덕숭산이라는 산이 근대불교사에서 선종을 중흥했던 곳이고 경허, 만공, 수월, 해월, 한암, 혜암, 벽초 스님 등 수많은 선사들을 배출한 곳으로 그분들이 남겨놓은 정신과 덕과 사상과 실천을 따라서 수행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며 "나는 그분들에 비해 참으로 외소하고 그림자도 쫓아갈 수 없는 그러한 복덕과 지혜가 없다. 어떻게 하면 그분들의 뜻을 계승 발전시키고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설정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불자들에게 "부처님오신날은 부처님을 찬탄하는 동시에 부처님 발자취를 다시 한번 되새김으로써 신앙인으로서 본인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자기 행위가 바른가를 반성하고 마음을 추스려 새로운 수행인으로서 원력을 세우는 날"이라며 "어려울 때 절망하지 않고 부단한 인내로 노력할 때 좋은 결과가 있듯이 좋을 때는 어려울 때를 대비하고, 어려울 때는 좋을 때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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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이재우 기자 sanjuk@milgyonews.net